IPO 연기된 이랜드리테일…FI 엑시트 연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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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다희 기자
입력 2019-06-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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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스위스 매각 등으로 투자금 상환 자금 마련 끝내

  • 실적 호조로 시장평가 저리 조달 가능…IPO 내년 재추진

[사진= 이랜드]

[데일리동방]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가 또 다시 좌절됐다. 이랜드는 대신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사들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랜드리테일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계약서상 이달까지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방위 자금 조달한 결과 엑시트(투자금회수)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엑시트로 이랜드는 재무여력을 증명했고 개선된 실적과 함께 시장의 평가는 달라졌다. 이랜드는 FI 지분을 매입한 후 소각할 방침이다.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전방위 상환 재원 마련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깐깐해진 회계감리, IPO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감안해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흥행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약속한 상장 일정을 지키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FI 지분에 콜옵션을 행사해 전량을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사들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형태의 론(Loan)과 현금성자산으로 FI의 엑시트 재원을 마련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7년 FI로부터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지분 69%를 60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 형태였다. 이 중 2000억원은 이랜드그룹이 후순위 출자자로 재투자한 것으로 실제 투자자 원금은 4000억원이다.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FI는 큐리어스(19.5%), 프랙시스캐피탈(13.2%), 큐캐피탈(8.8%), DB금융투자(4.7%), 엔베스터(4.2%), 한국투자파트너스(3%) 등 6곳이다. 이들은 이랜드리테일이 2년 이내 내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매입할 것을 투자 조건으로 걸었다.

이 약정은 이랜드리테일의 발목을 잡았다. 계약서상 매입조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이 오는 19일까지 FI컨소시엄에 갚아줘야 하는 투자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4800억원이다.

현재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상환 재원 마련을 사실상 마쳤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 말 뉴코아아울렛 동수원점과 NC백화점 순천점을 기초자산으로 신한은행과 중국건설은행으로부터 총 7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만기는 3년, 금리는 연 4% 초반으로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두 은행은 각각 350억원씩 절반의 자금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찍어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ABCP는 총 12회 발행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복합판매시설 ‘점프밀라노’를 담보로 800억원 차입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는 중국 스포츠 브랜드 ‘엑스텝(Xtep)’을 운영 중인 엑스텝인터내셔널홀딩스와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 매각을 위해 2억6000만달러(약 3065억원)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 계약은 오는 8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랜드월드는 케이이스위스 매각을 전제로 한 브릿지론을 통해 FI 엑시스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 투자금 상환…재무여력 방증

이랜드리테일의 IPO 연기에는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자신감도 깔려있다. FI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은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진= 나이스신용평가]

최근 이랜드리테일은 투자보다 내실다지기에 주력하면서 2년 동안 강도 높은 재무 구조조정을 벌였다. 덕분에 매출, 부채비율,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등 주요 재무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 부채비율은 지난 2013년 22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64.2%까지 큰 폭으로 줄었다.

매출도 2014년 2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EBITDA 지표도 지난해 1683억원을 기록하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이랜드리테일은 자본적 지출(Capex)과 계열사 간 자금 대여가 막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렇게 쌓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3158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6년 901억원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7년 270%(2457억원) 증가했고 지난해엔 128% 늘어났다.

이랜드리테일은 그간 자금조달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최근에는 우호적인 금리로 투자자들을 모집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아울렛업계 1위 업체로서 우량한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저금리 조달을 성사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은 미래에셋대우를 주간사로 해 4000억원 규모의 3년 단기 사모채발행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미래에셋대우가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발행주관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이랜드에 대한 평가가 개선되고 있어 투자자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리테일은 FI 엑시트를 위한 상환자금 마련을 끝낸 상태다. 그러나 실적 호조에 자신감이 붙은 이랜드리테일은 리파이낸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유현금 다수가 FI 엑시트용으로 소요되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 특성상 매장 관리 등 유지관리 자금이 많이 소요된다”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FI 지분을 매입한 후 소각할 예정이다.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이랜드월드는 현재 이랜드리테일 지분 28.7%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후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지분 99.3%를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상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내년에 재추진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주간사인 KB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협의해 추후 상장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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