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이폰 8까지는 있었던 지문인식 기능 ‘터치 ID’가 없어진 상황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아이폰 사용 경험이 퇴보한 느낌”이라며 “얼굴인식으로 대체되는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최근 없앤 데 이어 아이폰 자체 비밀번호도 지울까 고민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첨단 보안 기술인 얼굴인식이 미세먼지 마스크에 가로막히고 있다. 대기오염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만큼 지문인식 병행을 포함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집약 얼굴인식, 마스크 앞에 무용지물
문제는 마스크를 쓸 때 발생한다. 아이폰은 사용자의 머리 염색이나 안경・모자・선글라스 착용 같은 외모 변화를 학습하며 잠금을 풀어준다. 반면 마스크는 얼굴 대부분을 가리기 때문에 잠금 해제가 불가능하다.
물론 방법은 있다. ‘대체 외모 설정’으로 마스크 쓴 얼굴을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인식 기능의 특성상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인식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씨는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를 위해 누운 상태의 얼굴을 대체외모로 설정해 이 방법마저 쓸 수가 없다. 페이스 ID는 얼굴인식 기술 중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애플 특유의 미니멀리즘(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한국의 미세먼지 속에서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대 다섯개의 지문을 등록할 수 있는 구형 기기의 터치 ID가 낫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기존 아이폰 홈버튼에 통합된 터치 ID는 2013년 출시된 아이폰 5s에 처음 적용됐다.
국내 경쟁사들은 주력 스마트폰에 얼굴인식 기능을 적용하면서도 지문인식 기능은 남겨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에 얼굴 인식 기능을 유지하고, 기존 지문 인식 장치를 초음파 센서로 바꿔 화면 아래에 심었다. S10e의 지문 센서는 제품 측면 전원 버튼에 내장돼 있다.
LG전자 G8 씽큐(ThinQ)는 손바닥 혈관 정보 인식 기술인 ‘핸드 아이디’와 제품 뒷면의 지문인식 센서, 얼굴 인식 ‘페이스 언락’ 등을 적용했다.
업계에선 제조사의 보안방식 다양화와 정부 규제가 맞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안 수준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한편 정부 역시 제조사에 미세먼지를 고려한 보안 방식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장묵 남서울대 빅데이터산업보안학과 교수는 “디지털 보안 수준은 사용 주체와 다루는 정보・목적에 따라 상대적”이라며 “나무로 된 칼을 무거운 철 방패로 막을 필요가 없듯이 제조업체는 사용자가 다양한 보안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해외에선 촬영음이 없는 아이폰을 한국에선 셔터음을 넣어 출시해야 하듯이 정부가 전파인증 등 출시 조건에 황사마스크를 고려한 대책 마련을 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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