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사법 농단 수사 착수 이후 공개적으로 전직 대법관이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9일 오전 9시 30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청사에 도착한 박 전 대법관은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두 번째 대법관이다. 첫 번째는 지난 7일 비공개 소환된 차한성 전 대법관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해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전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사법 농단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조사 범위와 분량이 방대해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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