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밤중 5개 도시 책임자 불러놓고 "부동산 투기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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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4-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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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만에 등장한 '웨탄'···한밤중 5개 도시 관계자 불러놓고 경고

  • 심상찮은 5개 도시 부동산 시장···투기 얼마나 심각한가

중국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중국도 한국만큼이나 고삐 풀린 집값을 잡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지역 집값은 1년새 50%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지난 8일 한밤중에 집값 투기가 심각한 5개 도시 책임자를 '소환'했을 정도다.
 
◆ 4년 만에 등장한 '웨탄'···한밤중 5개 도시 관계자 불러놓고 경고
9일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니훙(倪虹) 주택건설부 부부장은 전날 밤 광저우(廣州)·허페이(合肥)·닝보(寧波)·둥관(東莞)·난퉁(南通) 등 5개 도시 책임자를 웨탄(約談·예약면담) 형식으로 소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택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며 "부동산을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으로 삼지 말고, 땅값과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책을 완비하고 각 지역에 맞는 효과적인 조치를 내놓아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웨탄은 정부가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소환해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 문제로 각 지방도시 관계자를 소환한 건  2018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그해 곳곳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주택건설부는 5월, 8월 두 차례에 걸쳐 웨탄 형식으로 주요 도시 정부 관계자를 불러 집값 상승 억제를 당부했다. 
 
주택건설부가 4년 만에 '웨탄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최근 들어 중국 부동산 투기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중국 동방재부망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중국 22개 지방정부에서 쏟아낸 부동산 규제책만 100여 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이 발표한 3월 중국 100대 도시 중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오른 도시는 76곳이었다. 2월에 비해 10곳이 더 늘었다. 

이번 웨탄 대상 도시를 살펴보면 광저우·허페이·닝보 등 1, 2선 도시 이외에 둥관·난퉁 등 3선 도시도 포함됐다. 부동산 투기꾼이 중소도시까지 세력을 뻗쳤다는 의미다. 

옌웨진 상하이이쥐 부동산연구원 대표는 "이번 웨탄 이후 각 도시에서 한층 더 강화된 규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 심상찮은 부동산 시장···투기 얼마나 심각한가
'선전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광둥성 둥관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투기가 가장 심각한 선전과 인접한 데다가, 공업도시로 산업 인프라가 튼튼하고 경제도 발달해 투기꾼이 몰려오고 있는 것. 

둥관은 지난해 6월 집값 상승폭이 선전을 뛰어넘으며 전국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둥관 일부 지역 집값은 40%씩 올랐다. 특히 선전과 인접한 지역은 이미 투기꾼에 점령당했다. 타지 주민의 2주택 구매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쑤성 난퉁도 상하이 제3공항 건설, 난퉁 서역 개통 등 호재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는 대표 도시 중 하나다. 특히 최근 토지 경매시장에 이상 과열 조짐이 포착됐다. 지난 2월 모 택지 경매입찰에서는 개발업자간 경쟁이 붙으면서 99차례 호가 끝에 무려 70% 이상 프리미엄이 얹어진 가격에 낙찰이 이뤄지기도 했다. 

1선 도시로는 광둥성 광저우가 유일하게 웨탄 대상이 됐다. 광저우는 다른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1선 도시에 비해 집값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올 들어 광저우 집값이 유독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월 광저우 신규주택 가격은 전달 대비 1% 상승하며 1선 도시 중 가장 높았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 중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2월에도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0.9% 상승했다. 다른 1선 도시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가 규제도 심해지자 투기꾼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집값이 안정적인 광저우로 몰려온 까닭이다. 

안후이성 허페이는 선전, 항저우에 이어 전국적으로 세 번째로 부동산 투기가 심한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중국  부동산 전문기관 베이커연구원에 따르면 허페이 중고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월 1㎡당 1만6757위안에서 올해 1월 1만9099위안까지, 넉달 사이 15% 올랐다. 특히 일부 지역은 집값이 40% 이상씩 올랐다고 한다.

허페이에서도 잘나가는 첨단기술개발구, 행정구 등은 신규 주택을 사려면 집값 전액을 한번에 지불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 투기가 심각하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밖에 닝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온라인 청약이 이뤄진 17개 아파트 단지 중에서 하룻새 80% 이상 분양물량이 팔려나간 단지가 8곳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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