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美대통령의 옷도 못 버틴 '코로나 시대', 패션업계 구조 개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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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7-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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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룩스브라더스', 5월 제이크루 이어 파산보호 신청...美 '국민 의류 브랜드' 도산 행렬

  • 최대 의류업체 자라·유니클로도 유례 없는 매출 타격...매장 정리·온라인 전환 가속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미국 의류·유통업계의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JP페니·메이시스 등 유명 백화점에 이어 제이크루와 브룩스 브라더스 등 '국민 의류 브랜드'의 파산 보호 신청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구조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1953년 브룩스 브라더스 옷을 입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사진=브룩스 브라더스 홈페이지]

 
200년 美 대통령의 비지니스룩, 코로나 치명타에 무너져

8일(현지시간)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남성 의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브룩스)가 미국 파산법 11조에 따라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818년 설립돼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룩스는 역대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40명이 애용한 비지니스룩 제조업체다. 브룩스는 1849년 세계 최초로 기성복 정장을 개발했고, 옥스퍼드 버튼다운 셔츠·블레이저·치노 팬츠 등 지금도 인기있는 남성 오피스룩 제품들도 가장 먼저 상용화한 회사다.

이날 회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지난 1년간 이사회와 경영진, 재무·법률 자문위원들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평가해왔다"면서 "검토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우리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NBC는 그간 패션업계를 지배했던 공격적인 다점포 전략으로 임대료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영업 전략도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브룩스는 작년 9억9100만 달러가량의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20%에 그칠 정도로 매출 구조를 오프라인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브룩스의 전 세계 500개 이상의 매장 중 절반에 가까운 236개 매장이 미국에서 집중해 있으며, 미국의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한 매장은 18곳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지난 5월 발표한 올 1분기 실적에서 브룩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 

CNBC는 앞서 브룩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이 여럿 있었지만, 500여개에 달하는 매장 수가 이들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브룩스 측은 지난 4월 초 미국 매장의 51곳을 폐쇄하기로 했고 다음달 15일까지는 정장과 넥타이, 셔츠 등을 생산하는 메사추세츠·노스캐롤라이나·뉴욕주 등에 소재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작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들 시설에서 브룩스 전체 제품의 약 7%가 생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파산보호 신청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매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브룩스가 패션업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라, H&M 등의 SPA(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출근 복장으로 정장보다는 캐주얼룩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자 정장 등 비지니스룩 수요가 크게 감소했고, 미국 실업률이 증가해 개인 소득이 줄자 사람들이 의류에 사용할 돈을 줄이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SPA 브랜드나 온라인 구매로 쏠리면서 브룩스의 타격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브룩스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앞서 파산한 메이시스와 JP페니 등의 백화점·유통업체와 도매계약을 맺고 있었고, 항공 수요 감소로 큰 타격을 입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유니폼 제조를 담당하고 있던 점도 브룩스에 영업 타격으로 다가왔다.
 

미국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 모습.[사진=AP·연합뉴스]

 
세계 최대 패션기업 자라도 20년 만에 첫 손실...온라인 전환 가속

패션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패션산업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간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다점포 전략을 펼치고 있었던 패션업계의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한다는 전망이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오는 8월 31일로 끝나는 이번 회계 연도의 매출액을 전년(210억달러) 대비 9% 감소한 190억 달러로, 영업이익은 13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의 80%를 기여하는 유니클로가 중국에 소재한 748개 매장 중 절반가량을 4월 말까지 폐쇄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자라를 소유한 세계 최대 패션그룹 스페인 인디텍스는 지난 달 10일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주식을 상장한지 20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동안 전체 판매 매출은 51%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4월 한 달간 95%나 늘어나는 등 지난 1분기 동안 50% 급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매장 7412개 중 6000개를 폐쇄했으며, 그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33억 유로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 2~4분기 7억3400만 유로에 달하던 인디텍스의 당기 순이익은 4억900만 유로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인디텍스는 그간 유지해왔던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전략을 종료하고 온라인 판매 전환을 가속하겠다면서 내후년까지 영업 구조 전환에 27억 유로(3조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자라.[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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