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의 실체]일본회의, 샤머니즘과 군국주의가 그리는 죽음의 'X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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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9-08-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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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③'제정일치 국가' 일본의 구심점···신사본청+일본회의

  • 일본은 우경화를 넘어 극우국가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일본회의는 군국주의 범죄를 부정하는 수정주의 파시스트 집단이다." <프랑스 '르몽드', 2017년 8월 12일>
"일본회의는 역사를 퇴행하는 일본 국수주의 파시즘 조직이다. " <미국 '네셔녈 리뷰', 2016년 7월 16일>
"일본회의는 극우 사교(邪敎) 집단(ultra-right cult)」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16년 8월 14일>


"일본회의를 전 세계는 ‘극우 국수주의 사교(邪敎) 집단’으로 보는데, 일본과 한국의 일부 매체에서만 ‘일본 보수우파 정치단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일본회의 배지의 핵심 문양인 무궁화를 일본에선 ‘무쿠케(むくげ)’라 부르는데, 이를 번역하면 ‘팽창’이란 뜻이다. 사실상 무궁화는 천황영토의 무궁한 팽창을 형상화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모시며 찬송하고 있다. 

◆'제정일치 국가' 일본의 구심점··· 신사본청+일본회의

일본은 '신(神)의 나라'이자 21세기 '제정일치 국가'다. 역대 일왕은 일본의 국교인 '신토(神道)'의 신이고, 역대 총리는 신토의 독실한 신자이자 '신사본청(神社本廳)' 신토의원연맹 회장이다.

특히 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포함한 내각 각료 20명 중 19명이 신토의원연맹 간부회원이다. 예외는 창가학회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 한 사람뿐이다. 일본 중의원 465명 중 217명, 참의원 245명중 78명이 신토의원연맹 회원이다.

과거 침략사를 반성하지 않고 팽창주의 죽음의 길로 매진하는 일본 태도의 원천은 신토의 '반성불요론’과 '무궁팽창론'에서 나온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역대 일본 총리들의 종교인 신토의 3대 키워드는 신대(神代·지금이 신의 시대), 중금(中今·무궁한 지금) 그리고 천양무궁(天壤無窮·천황영토의 무궁한 팽창)이다.

천양무궁의 상징화 무궁화를 일본에서는 욱일화(旭日花)라고도 한다. 그 욱일화를 군기로 형상화한 ‘욱일기’를 최초 제작한 자와 천양무궁을 교육칙어에 넣어 암송하게 한 자는 아베 총리의 동향 선배 총리이자 일본 군국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1838~1921)이다.

일본 종교계의 구심점이 신사본청이라면, 정치계의 정점은 일본회의(日本會議)다.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30일,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 두 단체가 통합해 발족했다.

2019년 3월 현재, 회원수는 약 4만명이고, 일본 도·도·부·현(都·道·府·縣) 47개 전체에 본부가 있으며, 시·정·촌(市·町·村) 241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2001년 브라질에 해외 지부까지 설립했다. 현재 중·참의원 270명이 일본회의다. 현 아베 총리 4차 내각의 20명 각료 중 핵심 15명이 일본회의 회원으로 무려 4분의3에 달한다.

일본회의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일본의 재건과 자부심 있는 나라 만들기'로, 일본회의의 이념은 국수주의·군주주의·팽창주의· 종교적 보수주의 등이다.

아름다운 일본의 재건이라? 얼마나 아름답고 자부심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인가, 일본회의의 주요 목표를 살펴보자.

일본회의의 당면 제1목표는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 제정이다. 일본헌법 제9조 통칭 '평화헌법' 폐기 및 자위대 존재를 헌법에 명기함으로써 확실하게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전환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군사력 증강과 긴급사태조항, 전통적 가족보호의 헌법 조문화를 추진한다.

남계(男系)에 의한 황위의 안정적인 상속을 목적으로 한 황실 전범을 개정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하며, 사과와 반성의 외교를 종식시킴으로써 국가의 자존심을 되찾는다. 태평양전쟁을 긍정적으로 재조명해 전쟁긍정론의 이론적 근거를 확보한다.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의 총리 공식 참배 정례화를 실현하며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대신할 국립추도시설 건설을 강력히 반대한다.

또한 반일 언동을 하는 외국인을 즉각 추방하고, 외국계 이민자(귀화인)의 사후 활동을 감시한다. 외국인 지방 참정권을 반대하고 우생보호법을 개정해 열등유전인자의 사전 제거, 즉 낙태를 허용한다. 인권기관 설치법을 지방자치 기본 조례로 제정하는 데 반대한다.

더군다나 2001년 9월에 설립된 일본회의 여성회의의 3대 목표를 보면 아찔하다. 여성의 참정권 포기, 남녀 평등 결사 반대, 부부 별도의 성(姓)을 가지는 것의 결사 반대다. 간단히 말해서 정치는 남성한테 맡기고, 여성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고 남편에게 절대복종하는 일본 미풍양속 수호라는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압권은 이제부터다. 2018년 10월 출범한 제4차 아베 총리 내각에 입각한 시바야마 마사히코 일본 문부과학상(장관)은 군국주의의 상징인 '교육칙어(教育勅語)' 암송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의 고향 대선배, 야마구치 막부의 초대 쇼군 격인 이토 히로부미가 1889년 2월 11일 제국 헌법 고문 첫 머리에 ’천양무궁‘을 넣고 이듬해 야마구치 막부 2대 쇼군 격인 아먀가다 아리토모가 1890년 10월 30일 천양무궁을 결말로 하는 ‘교육칙어’를 발표한 것.

“신민은 항상 국헌을 존중하고 국법에 따라 일단 유사시에는 의용으로 봉공함으로써 천양무궁한 황운을 보필해야 한다"는 315자 칙어를 외우게 했다. 이 교육칙어는 각급 학교의 각종 교과서 앞 부분에 가장 먼저 인쇄돼 나왔다.

메이지 유신 1868년부터 1945년 일제 패망까지 일본 본토와 한국·대만의 일제 식민지, 그리고 만주와 중국본토, 동남아 통치지역과 점령지 대표 구호는 '천양무궁'이었다. 일본 본토인은 물론 한국과 대만, 만주 등지의 일제 식민지와 점령지에서 상하귀천을 막론하고 어떠한 의문도 질문도 가지지 않고 이걸 외워야 했다.

‘천양무궁’ 의 교육칙어는 공교롭게도 메이지 유신 100주년인 1968년 12월 5일, 메이지 숭배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393자의 국민교육헌장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천양무궁’이 각각 '제국헌법'의 앞머리와 '교육칙어'의 결말에 군림한 지 5~6년이 지난 1896년 한반도에서 ‘무궁화’라는 꽃 이름이 최초로 등장했다. 일왕영토의 무궁한 확장 ‘천양무궁’과 그것을 꽃나무로 함축한 무궁화는 윤치호 등 종일 매국노에 의해 널리 유포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그 무궁화는 지금 일본회의 배지의 핵심문양으로 살아 있다.

일본의 종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15일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서 개헌단체인 '일본회의' 계열 단체가 개헌의 필요성을 성토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우경화를 넘어 극우국가

일본회의 배지의 핵심이 무궁화 문양이듯, 일본회의 핵심은 일청회(日靑會·일본청년연합회)다. 일본회의 핵심 조직 일청회 회장이자 일본회의 가바시마 유조 사무총장은 ‘생장의 집(生長の家)’이라는 신토 신흥종교 신도다. 가바시마는 1966년 나가사키(長崎)대 자치회 선거에서 좌익학생을 누르며 등장한 우익계의 중심인물로, 이 민족파가 일본회의의 시발점이다.

가바시마는 현대민주국가의 제1원칙인 국민주권론을 부정하고 천황주권론을 신봉한다. 서양의 국민주권사상은 일본 고유의 정치시스템을 해체하는 불온한 사상으로, 현행 일본헌법에서의 국민주권사상의 철저한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흔히들 진보좌파는 세계 인류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정파로, 극좌는 이의 극단적 정파를 일컫는다. 보수우파는 자기 나라의 역사와 민족의 전통적 가치관을 수호하며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정파이며, 극우는 이의 극단적 정파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일본인 대다수가 우경화 경향 보수우파로, 일본 국민 중 극히 일부만이 극우파라고 어림짐작해왔다. 그런데 일본회의를 보면 일본 국민 대다수는 온건 보수에서 극우로 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지방에 270여개의 본부와 지부를 둔 일본회의는 거대 정치 행정 조직이다. 거기에다 8만여개의 주류신토 신사가 이세 신궁과 메이지 신궁, 야스쿠니 신사를 중심으로 지어져 있고, 거느리고 있는 주류 신토 가입 신도 수만 일본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681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다가 일본회의에 가입된 각종 신흥 종교인 생장의 집, 흑주교, 천조황대신궁교, 대화교단, 염법진교, 불호호념회교단, 영우회, 국주회, 금광교, 신리교, 신생불교교단(新生佛教教団), 숭교진광(崇教真光) 해탈회(解脱会) 등은 물론이고 반공제일, 일본세계정복론, 세계대전 최종전 불가피론, 제2의 메이지유신 등 기괴망측한 교리를 신봉하고 있는 총 신자들 수까지 합치면 무려 8908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일본회의에 가입된 종교 신자들이 전체 일본인구(1억2685만명)의 70.2%를 점하고 있다는 말이다. 유소년을 제외하면 일본국민 대다수가 보수를 넘어 준극우, 극우, 초극우 국수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 팽창주의자가 된 건 아닐까?

일본회의 특징으론 조직 내 회의는 토론의 장이 아니고 이미 결정된 내용의 ‘정보 공유’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신흥 종교단체 관계자가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데도 신앙 상의 통일성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공존하는 기괴한 조직이다. 일본회의 고문 5명 중 4명이 신토 고위 인사, 대표위원 41명 중 17명이 신사본청 관계자와 각종 신흥 종교 고위 간부들이다. 정치의 일본회의와 종교의 신사본청의 인사와 이념의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일본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희생한 성역이 없다. 일본인은 개인으로서 정부에 항의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아래에서 위로의 하의상달에 미숙하다. 일본회의는 개인이 어떤 집단에 속하고 이들 집단이 총체가 돼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회의는 전통문화 계승 기준에 입각한 국수주의이자 복고풍 군국주의 단체다.

일본회의와 일본회의 멤버의 모든 개별 종교 단체의 교리에서 생명·자유·정직·신뢰·인간의 존엄성·자유·평등과 같은 인류보편적 가치 추구를 찾기 힘들다.  필자의 눈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샤머니즘과 국수주의, 토테미즘과 팽창주의가 그리는 '죽음의 쌍X표'를 받드는 21세기 제정일치의 초거대한 폐쇄적인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보이는 이유다. 

[자료제공=강효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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