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판 커지는 금융 클라우드, '최초'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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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9-08-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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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클라우드 시장 선점을 둘러싼 IT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1월 개인신용정보, 고유식별정보와 같은 금융정보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금융 부문의 클라우드 이용 범위가 넓어지자, 97개 금융회사 중 42곳(43%)이 클라우드 도입을 계획 중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1년 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2019년 2월 금융보안원 설문조사).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IT 인프라 구축비용이 절감되고, 필요한 만큼만 자원을 빌려 유연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클라우드 채택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자 KT와 네이버(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NHN이 여론전에 나섰다.

KT는 지난 6일 서울 목동IDC 2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금융회사를 위한 퍼블릭 클라우드를 구축했다고 알리며, 3년 내 클라우드 매출의 30%를 금융·공공 부문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NHN은 KT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5일 KB금융그룹에 금융 특화 클라우드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누가 먼저 금융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최초’ 타이틀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엿보인다.

금융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누가 먼저 통과했느냐를 두고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네이버는 지난 7월 금융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금융보안원의 안전성 평가를 모두 충족한 ‘유일한’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NHN은 이 안전성 평가를 ‘최초로 면제 없이’ 통과한 회사라고 전했다.

‘최초 마케팅’으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엔 공감한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이 필수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서비스 장애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업비트, 이스타항공 등의 사이트와 예약·결제 시스템이 1시간 20분가량 멈춰섰던 것을 목격했다.

최근 AWS의 금융 클라우드를 쓰던 미국 소비자은행 캐피털원이 고객의 이름과 주소, 거래내역 등이 담긴 1억6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닌 캐피털원의 방화벽 설정 오류로 발생한 사태라는 것이 밝혀지긴 했으나, 클라우드 이용 간에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금융과 같이 화폐와 민감 정보를 취급하는 업종일수록 피해는 더 크다.

파트너사와 국민은 누가 먼저 금융 클라우드를 시작했고 보안 인증을 받았는지 관심 없다.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관해주길 바랄 뿐이다. 최근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모처럼 불고 있는 훈풍이 별탈 없이 지속됐으면 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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