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중기 금융정책…연체율 늘어나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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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9-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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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주문에 대출 늘리자 연체율도 늘어 은행들 한숨

  • 경기 부진여파 부실징후기업도 증가 리스크관리 비상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금융정책이 중소기업과 은행에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다. 정부의 주문에 은행들이 대출을 늘렸지만 경기 부진으로 연체율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 증가로 부실징후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고, 은행들은 리스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먹구구식 금융정책이 중소기업과 금융사를 동시에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련기사 3면>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잔액은 지난달 기준 428조8493억원이다. 전년 동기(397조4719억원)보다 31조3774억원 증가했다.

중기 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391조1364억원이었다가 9월 말(408조5274억원)에 400조원을 넘었고, 이어 413조1998억원(지난해 12월 말), 420조680억원(올 3월 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중기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기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동산담보대출은 지난 1년 사이에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4936억7700만원으로, 전년 동기(2457억9500만원)보다 2478억8200만원 늘었다.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올해 1분기에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한 은행의 대출 관련 안내문. 2019.5.6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중기 대출이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과도한 자금 공급이 연체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5월 말 국내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월 말에 비해 0.04%포인트 올랐다. 앞서 4월 말 중기 대출 연체율(0.62%)도 전월에 비해 0.06%포인트 상승했다. 2개월째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5월 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6%포인트 하락한 0.67%이고, 4월 연체율은 전월보다 0.01%포인트 감소한 0.73%였다.

은행 대출로 일시적으로 숨통만 텄을 뿐 근본적인 상환 능력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사실상 부도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금감원이 실시한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전년 대비 10개사가 증가한 180개사가 부실징후기업으로 지목됐다. 부실징후기업은 워크아웃(C등급)이나 법정관리(D등급)로 분류된 기업으로, 구조조정 대상이다.

은행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중기 대출 확대 주문에 공급은 늘렸지만 연체율 증가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증가하는 만큼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포용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는 정부의 정책은 좋은 취지”라면서도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데도 대출을 무조건 확대하라는 식의 관치행정은 중소기업과 금융권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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