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집값안정과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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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9-07-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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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아 서울 전역을 헤맸다. 신혼집 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안 하거나 늦춘다는 이유를 실제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면적 605.2㎢에 달하는 서울에서 단 둘만의 신혼부부가 편하게 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였다.

내 집 마련은 생각조차 안 했다. 목표는 수중에 있는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자그마한 전셋집이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 어디든 전세가격은 억소리가 났다.

나와 남편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모아도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이었다. 전세가 하락기라고 시끌벅적했는데 막상 전세 찾아 서울 전역을 돌아보니 딴 세상 얘기같았다.

중개업소 대표들은 하나같이 "요즘이니 이 가격이지 얼마 전만 해도 꿈도 못 꿨다"고 말했지만, 내 귀에는 "니 주제에 무슨 서울집을 꿈꾸냐"는 말로 들렸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산층이 적당한 서울 집을 구매하려면 14년 이상이 걸린단다. 작년 1월에만 해도 약 11년이 걸렸다고 하니 1년여 만에 3년가량 더 길어진 셈이다. 서울 입성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더욱 견고해지고 높아진 셈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푼 안 쓰고 소득을 온전히 모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수입의 절반을 생활비로 쓴다고 가정하면 30년은 족히 걸리는 셈이다. 신혼살림 시작하는 나이를 30세라고 하면 결혼한 뒤 환갑인 60세에나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인데 집값이 언제 또 미쳐 날뛸지 모르니 그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니 '집값안정' 등을 열심히 외치지만 현실에 부딪히면 이처럼 터무니 없는 말이 없다. 서울 집값이 미쳐 날뛰는 동안 나이만 먹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날 뛴 집값에 비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더군다나 짧은 기간 침체됐던 강남 집값이 최근 다시 반등하며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상징을 꼽으려면 단연코 소득주도성장이다. 시행 2년여가 지났지만 소득주도성장의 실체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집값 안정도 마찬가지다. 투기근절로 집값 거품을 빼겠다더니 문재인 정부 2년간 서울 집값이 10.31%나 급등했다. 거품은 더 생겼다. 올해 들어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데 2년여 간 오른 인상분을 뱉어낼지도 모르겠고, 뱉어낸다고 하더라도 수 십년은 걸릴 모양새다.

소득주도성장과 집값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다면 하나라도 좀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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