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칼럼] '바이오시밀러'도 옥석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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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자본시장평론론가
입력 2019-05-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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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자본시장평론론가

동신제약은 신약개발을 재료로 주가를 높인 우리나라 1호 회사다. 1990년대 중반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공급하려면 대개 주사를 썼다. 동신제약은 이를 반창고로 대신하는 '인슐린 패치'를 내놓겠다고 했다. 주가는 다섯 배까지 뛰었다. 아쉽게도 동신제약은 이제 사라진 회사다. 인슐린 패치 상용화에 실패했고, 레저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를 냈다.

제약업체 주가는 1996년부터 신약개발을 재료로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생명공학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아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우리나라 생명공학시장은 작았고, 기술 수준도 낮았다. 간단한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예방약과 진단약, 항생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기술 수준이 40~60%밖에 안 됐다. 그나마 생명공학기술을 탐색기술과 개량기술·생산기술로 나누면, 생산기술 정도만 선진국 수준에 가까웠다. 개량과 탐색기술만 보면 선진국 대비 30%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를 만회하려고 2000년까지 생명공학 기술을 선진 7개국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법과 지원책도 만들어졌는데, 주식시장에서는 2년이 지난 후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이렇게 시작한 신약 개발은 1999년부터 현실화됐다. SK케미칼이 그해 국산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주'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2018년 말까지 나온 신약은 30개를 넘어서고 있다.

문제는 실적과 주가다. 신약개발 성공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물론 1990년대 중반과 현재를 비교하면 주가가 많이 뛴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주식시장 상승률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회사가 서너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과거에는 모든 신약이 아스피린처럼 대박을 터뜨릴 거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는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커녕 이익 자체가 생기기까지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신약을 하나 내놓으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만 7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다.

이는 관심이 신약개발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로 넘어간 이유다. 바이오시밀러는 쉽게 개발하고 제품화할 수 있다. 복제품인 바이오시밀러는 원제품과 비슷하다는 입증만 하면 된다. 그래서 신약보다 연구개발비는 10분의1, 개발기간은 절반밖에 안 든다. 성공 확률은 거꾸로 신약보다 10배가량 높다.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산업화를 이루어왔던 행태와도 맞는다. 덕분에 1년 반 전쯤 셀트리온 3총사 시가총액이 40조원을 넘어 현대차를 한참 앞지르기도 했다. 다른 모든 제약사 시총을 합쳐도 셀트리온 한 곳에 못 미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과거처럼 뒤집히고 있다. 제약과 바이오 기업 여러 곳이 난처해졌다. 신약을 만든다던 제약사마다 실망감을 주었던 2000년 전후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부정회계 논란으로, 셀트리온은 눈높이를 밑도는 수익성 탓에,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답해야 한다. 지금 만들고 있는 신약을 이미 나온 약품과 비교하면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지, 그래서 과거 볼 수 없었던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 말이다. 도리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먼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대형 바이오 기업도 잘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 라이코스와 엠파스, 야후는 포털시장을 일찌감치 지배했었다. 이런 회사가 왜 사라졌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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