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오빠 건강해야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금강산공동취재단·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2 12: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나종표(82) 할아버지가 조카 라순옥(58)과 라순님(52)을 만나 손을 꼭 잡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김춘식(80·남) 할아버지의 북측 자매들은 남측 오빠의 등장을 기다리며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자매는 오빠가 등장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제21차 이산가족 1차상봉의 마지막 행사인 작별상봉을 앞두고서다.

자리에 앉은 오빠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김춘식씨의 남측 아들이 과자를 고모들 접시 위에 놓아줬다.

과자를 한입씩 먹던 남매는 또 울었다.

김 할아버지는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다"며 눈물을 삼키고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이산가족상봉 내내 애끓는 부자상봉으로 눈길을 끌었던 이금섬(92) 할머니의 북측 아들 리상철(71)씨는 22일 마지막 작별상봉을 앞두고 행사장에 도착해 어미니가 들어오실 상봉장 입구 쪽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할머니가 상봉장에 들어서자 마자 두 모자는 두 손을 꼭 붙잡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곧 있을 이별을 아파했다.

이 할머니의 딸은 북측 오빠에게 "오빠 건강해야해"라며 오빠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침부터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김병오(88) 할아버지도 행사장에 들어서자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작별상봉이 끝나면 이제 여동생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빠를 위로하던 81세 여동생 순옥씨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10분 넘게 남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아이고'라며 탄식만 내뱉었다.

김 할아버지 남측 아들도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우실 줄 몰랐다. 지금 저렇게 우시면 이따가 진짜 헤어질 때 어떠실지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북측 손자 리 철(61)도 작별상봉장에 나타난 권석(93) 할머니를 보자마자 손을 잡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할머니도 손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동안 손을 어루만져줬다. 할머니와 동행한 남측 아들이 "철아, 울지마"라고 달래면서도 본인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작별상봉은 점심을 포함해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다. 당초 2시간이었다가 남측 제의를 북측이 수용해 3시간으로 늘었다.

남측 가족들은 작별상봉을 마친 뒤 북측 가족을 뒤로하고 오후 1시 30분 금강산을 떠나 귀환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