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다르다?…애플 '꿈의 시총', 닷컴버블 그림자 뛰어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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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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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美기업 사상 최초 시총 1조달러 달성…기술주 폭락 전조 우려에도 낙관론에 무게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이 미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마침내 '꿈의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우리돈으로 약 1128조5000억 원, 삼성전자 시총(약 300조 원)의 4배에 이른다.

애플이 2일(현지시간) 세운 시총 1조 달러 기록은 미국 기업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마침내 정당성을 입증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 회사를 이끌어온 그는 끊임 없이 리더십에 대한 의문에 시달렸다. 

쿡 CEO는 한 인터뷰에서 "주가는 결과일뿐, 그 자체로는 성과가 아니다"라며 "나에게 (성과는) 제품과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선보인 아이폰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면서 애플은 최근 10년 동안 시총을 약 7배 늘렸다. 잡스가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복귀한 1996년 12월 이후로는 294배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신기록을 반가운 일로만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를 흔든 기술주 폭락 사태와 맞물려 시장에 드리워진 닷컴버블의 그림자 때문이다. 아직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애플이 꿈의 시총을 달성한 게 폭락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페트로차이나, 사상 첫 시총 1조달러 달성 뒤 폭락

중국 국유 석유 대기업 페트로차이나에 대한 기억이 우려를 부채질한다. 페트로차이나는 2007년 11월 중국 상하이 증시에 데뷔했다. 상장 당일 주가가 3배 올랐고, 홍콩 증시에서 이미 거래되던 주식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결과, 페트로차이나는 당시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서 세계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곧 곤두박질쳤다. 2008년 말 시총이 2600억 달러를 밑돌았다.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기준 시총은 약 20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세계 증시 역사상 최악의 폭락 사태라고 꼬집었다.

페트로차이나 주가가 추락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악재로 작용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지 얼마 안 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2007년 한때 배럴당 14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브렌트유)는 최근 반 토막 수준에 거래된다.

전문가들은 페트로차이나의 상장 당시 주가 수준 또한 과도하게 높았다고 지적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가 상하이 증시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날 개장 가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같은 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60배에 달했다. 당시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평균 PER은 18배에 그쳤다.

◆"기술주 너무 올랐나"…닷컴버블 붕괴 그림자

이런 가운데 최근 돋보인 기술주의 부진한 흐름은 2000년 터진 닷컴버블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주 페이스북 폭락사태 이후 불과 사흘 만에 3000억 달러의 기술주 시총이 증발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모회사 알파벳) 등 이른바 'FAANG' 주가가 30~40%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페이스북의 폭락이 대형 기술주가 정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며 FAANG 주식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다. 기술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욕증시의 랠리를 주도한 일등공신이다. 미국의 기술주 폭락 사태가 뉴욕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플이 신기록을 세운 게 닷컴버블이 붕괴할 때 일어난 폭락 사태의 전조일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고 전했다. 닷컴버블 당시에도 뉴욕증시에서 신기록 행진 속에 주가가 고공행진했지만,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진 뒤 지금까지 이름값을 하고 있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에서 거세지고 있는 반독점, 개인정보 관련 규제 공세와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기술주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엔 다르다"…애플 목표주가 줄상향 

반면 이번에는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CNBC는 무엇보다 애플의 주가가 아직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향후 1년 순익 전망에 따른 PER이 15.7배로 S&P500지수의 16.5배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CNBC는 애플이 회계연도 3분기에 시장의 기대를 훌쩍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닷컴버블이 한창일 때 마이크로소프트(MS)의 PER은 59배, 시스코시스템스는 179배에 달했다.

월가에서 가치평가의 대가로 꼽히는 애즈워스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1일 CNBC를 통해 애플의 주가 수준이 아직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자사주 매입(바이백) 및 배당 확대 움직임도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5월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게 주주환원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소 기술주 투자를 꺼려온 버핏은 올해 1분기에 애플 주식 약 7500만 주를 추가로 매입해 2대 주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애플 주가의 고공행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CNN머니에 따르면 애플의 목표 주가를 225달러 위로 잡은 월가 애널리스트만 13명에 달한다. 최고치는 브라이언 화이트 모네스크레스피하트 애널리스트의 275달러다. 애플 시총이 1조3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펀더멘털을 자랑한다며 이들의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를 집어 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MS가 돈을 벌 방법은 여전히 많다며 인공지능(AI), 음성서비스, 자율주행차 등을 꼽았다. 

애플을 거세게 추격해온 아마존은 올 들어 주가가 60% 가까이 올라 시총 9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애플이 선수를 치면서 시총 1조 달러 클럽 합류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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