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수뇌부 비밀회동 임박…위기의 習, 해법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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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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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다이허 회의' 이르면 이번주부터

  • 마오쩌둥 때부터 주요 국가대사 결정

  • 무역전쟁 등 대외전략·전술 논쟁 전망

  • 習위상 의구심, 대응책 마련 부심할듯

[그래픽=이재호 기자]


중국 전·현직 수뇌부가 매년 여름 휴가를 겸해 비밀리에 회동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이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부터 중요한 국가 대사의 향방이 이 회의에서 결정되곤 했다.

올해 회의는 미·중 간 무역전쟁 발발 등 미국의 대중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열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독주가 대내외적 위기를 조장했다는 내부 비판이 확산하는 문제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 집권을 향한 질주에 제동이 걸린 시 주석이 이번 회의를 통해 해법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약진·개혁개방 등 결정된 역사적 공간

시 주석이 11일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29일 귀국했다. 그의 귀국과 함께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가량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秦皇島)시 해안의 휴양지 명칭이다. 지난 1954년 마오쩌둥이 이곳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여름 휴가철마다 중국 수뇌부가 모여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장소가 됐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5대 권력기관의 전·현직 간부와 지방정부 간부까지 총출동하는 게 관례지만 행사 규모는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분위기다. 간부들이 비밀리에 휴가를 보내는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탓이다.

1958년 8월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대약진 운동 시행과 인민공사 설립, 대만 진먼다오(金門島) 포격 등이 결정됐다.

이후 베이다이허 회의는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이 논의되는 자리로 격상됐다.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 개최된 회의 때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보수파의 반대를 누르고 개혁·개방 정책의 기반을 다졌다.

1966년 문화대혁명과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을 전후로 수년간 없어진 적도 있지만 이내 부활했다. 시 주석도 2013년 집권 이후 매년 회의를 열고 있다.

◆'피아 식별' 마친 習, 무역전쟁 해법 모색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의 핵심 의제로는 미·중 무역전쟁이 꼽힌다.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과 아프리카를 고른 것 역시 개발도상국 등 제3세계와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포위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보호무역과 일방주의가 창궐하는 등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개도국과의 협력 강화와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에 힘을 보태는 성공적인 순방이었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의 순방 기간 중 마지막 일정이었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정상들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를 강조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중·러 간 공조 체제는 공고해 보였다.

반면 시 주석이 공을 들였던 유럽연합(EU)과의 반미 공동 전선 구축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유예했고 EU는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무역 갈등을 빚던 미국과 EU가 '조건부 휴전'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최근 독일 정부가 직접 나서 중국 기업의 기업 사냥에 제동을 거는 등 EU 내에 만연한 '중국 위협론'도 재확인됐다. 자칫 미국과 EU가 중국을 상대로 협공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등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이었던 국가들이 무역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중국 편에 가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미·중 간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지만 아직은 어느 쪽에 유리한 변수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習 체제 대외정책 치열한 논쟁 예고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가 미국을 자극해 무역전쟁의 빌미가 됐다는 식의 지적은 복잡한 국제 정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지만 시 주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중화 민족의 부흥을 꾀한다는 '중국몽(中國夢)'이나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주창한 어젠다들도 민족주의의 과잉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따라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추진된 대외정책 노선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역임한 언론인 덩위원(鄧聿文)은 "무역전쟁 발발로 중국 지도부가 기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미국에 맞서는 중장기적 전략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다만 구체적인 전술 측면에서는 미세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오는 11월 5~10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는 중국 측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행사다.

벌써부터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왕빙난(王炳南)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박람회는 중국이 세계에 시장을 열기 위해 내놓은 중대 조치"라며 "일부 국가의 경제·무역 정책의 경향과는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13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2800여개의 기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외국 기업만 참가할 수 있고 외국산 제품만 거래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를 내비치는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시 주석은 25일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중국은 주도적으로 수입을 확대해 경상수지 균형을 촉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진핑 독주 제동, 장기집권 플랜 흔들리나

반부패 작업에서 성과를 내며 대중적 인기가 치솟던 집권 1기(2013~2017년) 때와 달리 집권 2기의 첫해인 올 들어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무역전쟁 등 대외 이슈 외에도 지나친 사회 통제와 억압에서 비롯된 반감 역시 만만치 않은 양상이다. 최근 시 주석의 초상화에 먹물을 뿌린 여성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당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학원 교수는 한 웹사이트에 시 주석의 통치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쉬 교수는 "집권자의 국가 운영 방식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면서 중국 민중이 두려움을 갖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개인숭배 풍조 중단과 국가주석 임기제 복원을 요구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의지가 담긴 조치로 보는 시선이 많다.

쉬 교수의 글 역시 삭제되는 등 중국의 언론 통제 기조는 여전하지만 향후 전향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감지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대외 선전 업무를 주도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신문판공실 주임을 맡아 온 장젠궈(蔣建國) 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면직되고 후임으로 쉬린(徐麟)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이 등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보도는 장젠궈 주임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점에서 문책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대외 이미지 개선을 원하는 시 주석의 의중이 담긴 인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인선이 현실화하더라도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 뿐 극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 26일 최측근인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를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으로 임명했다.

류 부총리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경질 혹은 좌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오히려 국유기업 개혁 임무를 부여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시 주석이 현 체제를 큰 폭으로 뒤흔드는 데 저항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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