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 다지는 中 "양산박 쫓겨 갔지만, 예전의 여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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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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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압박에 전쟁시작, 임전무퇴 의지 밝혀

  • 삼국지·수호지·예기 등 인용 설득력 높여

  • 마오 애용한 문구로 국제사회 지지 호소

[사진=바이두 캡처]


미·중 양국이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관세폭탄을 서로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의 개전을 알렸다.

중국은 미국의 도발로 무역전쟁이 시작됐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또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며 국제 사회의 지지를 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설득력을 높일 목적으로 언급한 다양한 성어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중국 주요 언론들은 지난 6일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맞서 중국도 즉각 보복에 나선 소식을 전하며 예기(禮記)의 한 구절을 인용해 "왔는데 가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고 밝혔다.

미국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부득이하게 보복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하며 "쫓겨 어쩔 수 없이 양산박으로 도망쳤다(逼上梁山)"고 표현했다.

북송 때 송강 등 108명의 영웅호걸이 부패한 정권의 핍박에 못 이겨 현재 산둥성 지닝시 인근의 숲속으로 들어가 양산박(梁山泊)이라는 산채를 짓고 저항했다는 소설 수호지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아울러 초강대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은 "쌍방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패구상의 고사는 전국시대의 다양한 책략을 한데 모은 '전국책'에 등장한다. 제나라 선왕이 위나라를 치려 하자 신하였던 순우곤이 두 나라가 싸우다 지치면 주변 강대국인 진나라와 초나라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만류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은 일단 싸움이 벌어진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고(毫不手軟)"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규모를 최대 5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자 "살상력에 중점을 둔(注重殺傷力)" 질량형 조치로 반격할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의 대미 수입액이 1500억 달러에 불과해 관세 부과액을 계속 늘려 나갈 수 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반응으로,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고사 직전까지 갔던 ZTE의 사례처럼 미·중 갈등에 따른 손실이 크겠지만 미국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중국 측 입장이다.

중국의 유명 온라인 논객인 뉴탄친(牛彈琴)은 펑파이(澎湃)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상당하다"면서도 "지난 40년 동안 개혁·개방을 추진한 중국은 예전의 여몽(吳下阿蒙)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하아몽(吳下阿蒙)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명장인 여몽을 일컫는데, 무용은 있으나 학식이 없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학식을 갖추라는 오나라 군주 손권의 질타에 여몽은 전과 다른 지략가로 거듭났고 '선비가 헤어진 지 3일이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괄목상대'의 주인공이 됐다.

뉴탄친은 "이번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대가를 치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을 도모하려면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내부 결속을 위해 전의를 다지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국제 무역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다.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이 된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도리에 맞으면 도와주는 이가 많고 도에 어긋나면 도와주는 이가 적다(得道多助 失道寡助)"고 수차례 언급했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마오쩌둥(毛澤東)도 즐겨 사용한 문구다.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과 공동 전선을 구축해 미국을 상대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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