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인터뷰①] 데뷔 21년, 있는 그대로 녹여낸 소신의 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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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
입력 2018-06-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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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밴드 자우림은 지난 1997년 데뷔 이후 21년 동안 자신들의 음악적 소신을 내세우며 묵묵히 걸어왔다. 가요계에서도 내공있는 22년차 선배로, 이제는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내보이기도 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는 자우림 5년 만의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자우림은 조금은 늦은 데뷔 20주년 기념 정규 10집 앨범을 발매하고 5년 만에 컴백한 소감을 솔직히 전했다.

멤버 이선규는 “작년에 20주년 기념 공연을 했었는데, 멋모르고 20년이라고 치켜세워주시니까 좋은 건가보다 했었다. 하지만 조용필 선생님께서 올해 50주년 기념 공연을 하시더라. 그래서 나대지 말자고 생각 중이다”라고 웃으며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우리가 1997년에 데뷔했을 때는 정말 운 좋게 영화처럼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고 그 다음에도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반응이 좋아서 정말 신기했던 것 같다. 작년엔 ‘데뷔 했을 때 20년까지 올 줄 알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생각해보면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어 “1997년엔 앨범 2~3장 내면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가장 감사한 부분은 저희 멤버들이 어디든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처음 시작할 때는 같기는 쉽지 않은데 데뷔하기 전에 알았던 분과 같은 분이라서 감사하고 존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자신들의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윤아는 “우리는 아이돌 그룹들과는 다르지 않으냐.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훈련을 받은 게 아닌데도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마음을 보였다.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온 자우림이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김진만은 “우리는 한 3년 정도라 생각한다. 체감은 1년 정도인 것 같다. 과거엔 1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다. 일단 그땐 젊음이 있었지 않으냐. 지금은 그때보다 곡을 쓰고 목소리를 내고 할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집중을 하다 보니 앨범 발매 텀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윤아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계약이다”라고 솔직함으로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년 멤버 구태훈은 지난해 자신의 디지털콘텐츠 기획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팀 활동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이선규는 “구태훈씨가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사실 팀 활동을 중단하는 게 음악적 견해 차이가 가장 흔한 이유인데, 음악적 견해차이로 의견차이가 아닌 외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저희는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언젠가 다시 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우림’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영원히 영원히’다. 수많은 수록곡 중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윤아는 “모든 분들이 그 곡이 타이틀 곡이라고 하셨다. 사실 저는 좀 애매한 게 나는 이게 제일 좋지만 대중들은 ‘영원히 영원히’를 좋아할거야라고 하셔서 그 대중은 누구인가 하는 고민은 남아있다”고 솔직한 소신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자우림’의 앨범명은 왜 ‘자우림’일까. 이선규는 “사실 앨범명 선정에 조심스러운 게 있었다. 처음엔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앨범 이름을 셀프 타이틀을 해볼까 해서 물어봤더니 이견들이 없었다. 그야말로 20년 동안 작업했던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어른이 되다보니 한 방에 나온 것 같다”며 “셀프 타이틀은 의미가 있다. 100년 후에 자우림이라는 음악을 검색했을 때 이 앨범을 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속내를 밝혔다.

이들은 이번 앨범을 ‘단편소설’에 비유했다. 앨범 재킷 역시 그런 의도를 충분히 담아낸 느낌이다.

김윤아는 “앨범 작업을 다 하고 나니 단편 소설들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단편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단 느낌이었다. 이 단편들이 잔혹하기도 한 동화 같기도 했다. 그래서 비주얼 작업도 팀 버튼 감독의 동화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저희 음악 역시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에 위치한 팀이 우리 자우림인 것 같아서 이런 재킷 작업을 했다. 컬러를 진녹색과 어두운 블루색으로 생각했는데 곡에서 느끼는 컬러감 역시 진한 컬러기 때문에 재킷에 녹였다”고 말했다.

이선규는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들이 싱글로 발표하는 것보다는 사실은 10곡을 만들어서 내는 게 더 편하다. 한 곡에 많은 것을 표현하는 건 자우림에겐 어색한 일이다. 자우림 앨범을 들으면 백화점 같다고 하는데 하나의 앨범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는 제가 아는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잘하는 것 같다”며 멤버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김윤아 역시 “백화점에는 모든 것들이 다 있지 않으냐. 결국 자우림이 해온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희망, 좌절, 분노, 사랑, 밝음과 어둠처럼 어떤 사람도 한 면만 있는 사람은 없듯이 자우림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 때는 내 개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희 세 명이 모두 고민하고 있는 걸 담아내야 한다고 느낀다. 연령과 상관없이 갈등과 고뇌가 있고, 매일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애쓰고 있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앨범에 녹여냈다”고 했다.

한 곡 한 곡도 허투루 작업하지 않았다. 자우림은 앨범 전체에 자신들의 철학을 관통시켰고, 솔직한 이야기들로 점철돼 있다. 자우림의 음악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자우림만이 가진 음악적인 색에 대해서도 확실한 소신을 보였다. 김윤아는 “사실 저희가 ‘매직카펫라이드’나 ‘하하하쏭’처럼 밝은 음악으로 많이 알려지긴 했다. 그러나 자우림은 어두운 음악이 베이스인 팀이다. 5집에 ‘광야’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은 굉장히 어둡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광견시대’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 본다. 사실 ‘하하하쏭’은 되게 슬픈 노래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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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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