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6·13] '위기감 고조' 보수야권…‘헤쳐모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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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18-06-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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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면 쇄신 목소리 높은데 정작 당내 갈등 고조 분위기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패배로 보수야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보수 심판’ 표심을 두고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총사퇴로 공백이 초래된 지도체제 정비에 나섰다.

두 당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거의 전부였다”며 “앞으로 혁신비대위를 구성해서 당을 일신하고, 변화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오신환·채이배·김수민 의원과 이지현 전 서울시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모두 30~40대의 젊은 정치인들이다.

전문가들은 두 당이 참패 수습책으로 내놓은 비대위 구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선거 참패→지도부 총사퇴→비대위 구성’이라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성난 민심, 이른바 ‘앵그리 보수’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2004년 천막당사 때 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면서 “여태까지 해왔던 (비대위 구성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고, 파격을 주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한국당을 해체한 뒤 ‘헤쳐모여’식으로 당을 재건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견제의 공백’ 상태를 만들어 보수야권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은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선임했고,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이후 대선 및 지방선거에서 모조리 참패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 괴멸적 타격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싹이 나온다”며 “어설프게 항생제를 맞아서 곪지도 않고 낫지도 않은 상태로 가면 이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외부에선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양당은 미온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당 해체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보수 이념의 해체, 자유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총을 마친 뒤엔 혁신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해 ‘해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여기에 한국당 내 중진들의 당권 도전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당 해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지금으로선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보다 당 주도권 다툼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자천타천으로 차기 당권주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당권 도전을 시사한 정우택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정진석·주호영·김용태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설도 나온다.

원외에선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전 경기지사 등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당권 다툼이 극심해질 경우 친박계와 비박계의 해묵은 계파갈등이 재연돼 보수민심 이탈을 더 가속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바른미래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한국당과 차별화에 실패하고 보수야당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해 한국당 심판에 덤터기로 끼여 들어간 측면”을 꼽았다. 보수야권 색채를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당 출신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 간 당 이념 노선을 두고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은 당 정비 작업을 마친 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하태경 전 최고위원 등이 전당대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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