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반공 세대와 놀토 세대의 '주 52시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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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
입력 2018-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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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소현 기자


“요즘 직원들은 ‘반공’을 모르는 세대라 주말에 일 시키기 힘들죠.”

한 중소기업 사장님의 푸념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경영난에 힘들다는 하소연 속에 나온 단어가 반공이라니. 30대 초반인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말한 반공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적‧사회적 운동인 ‘반공(反共)’이 아닌 ‘반(半)공휴일’인 토요일을 뜻했다.

1986년 이전 생들은 무조건 토요일에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 1987년생 이후부터는 ‘놀토(노는 토요일)’를 간헐적으로 경험했다. 놀토는 2004년에 시범으로 시작해 한 달에 한 번, 2005년에는 격주로 2012년부터는 전면 시행됐다.

반공 세대와 놀토 세대의 세대 차이는 근로환경에서도 이어진다. 60대 사장님은 밤낮으로 일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요즘 직원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직원들이 토요일에도 출근해 잔업을 했으면 좋겠지만, 일 시키는 게 쉽지 않다. 20대 직원들은 토요일에 학교를 안 가던 세대이기 때문에 쉬는 날 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놀토를 경험한 세대인 20대 직원들에게 반공 세대 사장님은 악덕 고용주에 불과하다.

이들의 세대 차이는 '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앞두고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월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는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14년 만에 근로시간과 관련해 가장 큰 변화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고속성장의 신화로 일컬어진다. 불과 60여 년만 해도 전 세계 최빈국서 현재는 선진국 언저리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이면에는 과로를 버틴 근로자들이 있다. 우리는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성장을 보는 시선을 바꿀 때가 됐다. 양적 성장에 도취될 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챙겨야 할 시점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앞두고 기업들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직원들의 꼼수도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과거 주5일제를 도입할 때도 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산업현장에 연착륙시킨 경험이 있다. 주 52시간 근무도 기술적 측면에서 시행착오는 필요한 과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인 만큼 과거 놀토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금방 적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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