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허, 10년전 무역전쟁 예고…"내수가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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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서울=윤세미 기자
입력 2018-05-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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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저술 내용, 미중 갈등 속 재조명

  • 글로벌시장 협소, 보호주의 득세 필연적

  • 무역 의존 낮추고 중산층·첨단산업 육성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의 경제 사령탑인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가 이미 10년 전에 미국 등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내수 중심 경제 체제로의 전환, 중산층 확대, 첨단산업 육성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극단으로 치닫던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일단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중국이 이같은 해법을 실행에 옮길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클린턴 때부터 '중국 걱정'

23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류 부총리가 2008년 작성한 한 편의 글이 중국 내에서 회자되고 있다.

류 부총리는 당시 중국경제출판사가 개혁개방 3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중국경제 50인, 30년을 보다'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집권 시기로 류 부총리가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맡아 경제 체질 개선 작업에 매진하던 때다.

류 부총리는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간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미국 내 '중국 위협론'이 오랜 기간에 걸쳐 확산돼 왔음을 시사했다.

캉드쉬 총재가 "최근 가장 골몰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이라고 답하며 "중국이 산업화에 성공하고 집집마다 승용차를 갖게 된다면 이 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류 부총리는 "중국이 거대 개방경제 체제를 완성했을 때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클린턴의 고민이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류 부총리는 미·중 간 마찰은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이 발전을 거듭하며 글로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장이 협소해지면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발전에서 대외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은) 미국 등 선진국은 점차 금융과 투기에 의존한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견제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는 내수 확충을 제시했다. 류 부총리는 "중국의 내수 규모를 미국 이상으로 키워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다른 국가에도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을 늘려 나가고, 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해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립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개방 경제를 전제로 글로벌 시장 내에서의 도전을 이성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 작은 실리 내주고 시간 벌었다

10년이 지나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주도한 류 부총리는 리더십을 인정받는 모습이다.

중국은 천연가스·석탄·원유 등 에너지와 농산품 부문의 수입을 늘리고, 자동차 수입 관세를 인하키로 하면서 미국의 무역흑자 감축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

다만 양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무역흑자 감축 목표를 명시하는 것은 피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를 겨냥해 내놓은 제재안도 완화 혹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사태로 중국 내에서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크게 양보하는 것 없이 무역전쟁 휴전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류 부총리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 중국 소식통은 "미국과는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경제 체제 선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협상단의 공동합의문이 나온 지 사흘 만에 협상결과에 불만족을 표하면서 중국과의 추가 갈등을 예고했다.

CNN에 따르면 그는 22일 백악관에서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우리는 301조를 할 수 있다. 협상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항상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될 것이다. 미국을 위해 훨씬 나은 거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약해졌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자 이번 협상을 주도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음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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