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주의 도심 속 진주 찾기] “노원구를 기자촌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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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8-04-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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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를 기자촌으로 만들자”

지난 주 금요일 일주일의 피로를 풀고자 부동산부 동기들을 만나 한 농담입니다.

같은 해에 입사해 같은 출입처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끼리 종종 만나는데 이 날은 그 중 한 명이 결혼 발표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결혼 날짜를 말하자마자 누가 부동산부 기자 아니랄까봐 바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신혼 집은 어디야?”

친구가 여자친구와 함께 둥지를 틀 곳은 노원구 월계동의 작은 아파트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매일 아침 지하철 1호선 석계역에서 눈도 뜨지 못한 채 같은 출입처로 출근하는 다른 일간지 선배를 만납니다. 뺑뺑이 안경을 쓰고 잔뜩 미간을 찌푸린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매번 모르는 척 하다가 출입처 저녁 자리에서 그 선배를 만난 날 털어놨습니다.

“선배, 저 사실 아침에 선배랑 같이 출근해요. 매일 옆 칸에 타고 있어요.”

선배의 신혼 집도 석계역 앞에 있는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였습니다. 지난해 결혼한 저희 선배도 근처에 신혼 집을 얻었다고 했고요.

저를 포함해 단 네 명의 기자의 사례로 노원구가 ‘기자촌’이 될 순 없지만 신혼부부들이 이 동네에서 첫 살림을 시작하는 건 아마 비교적 적은 돈으로 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1호선 석계역부터 시작해 월계역까지 이르는 길에는 양쪽에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어진 전용면적 40~90㎡ 규모의 소형 평형대 아파트가 많습니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서는 제가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마다 뛰고 있는 중랑천도 흐르고요. 저희 회사 다른 부서에 있던 선배도 중랑천의 매력에 끌려 이 동네에 신혼 집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한강 근처 아파트로는 갈 수는 없으니 ‘강’이 아닌 ‘천’을 찾아보겠단 게 선배의 설명이었습니다.

월계역 인근에 위치한 성원아파트는 거실 1개와 방 2개로 이뤄진 전용면적 52㎡의 작은 평수가 매맷값 2억원대 초반, 전셋값 1억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으니 신혼부부들이 눈 여겨 볼만 합니다. 오늘 저는 신혼부부 맞춤형 월계동 아파트 인테리어 사진을 올려놓은 블로그에서 빠져나오질 못했습니다.

이보다 조금 더 큰 전용면적 78~84㎡의 아파트도 매맷값 3억원 중반대, 전셋값 2억원 중반대에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녀 계획까지 세운 분들이라면 단지 옆에 위치한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살펴보게 되겠죠.

이 모두 지난 해 시세보다는 조금씩 오른 가격입니다. 서울시가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얻었기 때문이죠. 계획대로라면 이 일대에는 GTX 노선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통한 대규모 수변공원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눈가가 촉촉해졌네요. 저는 신혼부부가 아닌 10년 넘게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노원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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