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낙관론..“시간이 말해줄 것"

트럼프, 북한 낙관론 누그러뜨리면서 "갈 길 멀다..시간이 말해줄 것"

WSJ "트럼프, 북한에 핵무기 폐기 요구할 것"

北 핵실험장 폐쇄·핵실험 중단 결정에 '비핵화 아니다' 해석도

[사진=EPA/연합]

지난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탄도 미사일 실험 중단 발표에 고무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낙관론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신속히 행동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 트럼프 “북한에 양보한 것 없다..갈 길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주 약속한 것을 되짚으면서도 긍정적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22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NBC 가짜뉴스를 진행하는 졸린 눈의 척 토드가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고 북한은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와우, 우리는 아무것도 포기한 게 없고, 그들은 (세계를 위해 무척 훌륭한) 비핵화와 핵실험장 폐기, 추가 실험 중단에 동의했다”고 적었다. 

NBC 진행자 척 토드가 이날 '선데이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김 위원장은 사실상 아무것도 포기한 게 없는데 마치 많은 것을 양보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따른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어 트위터로 "우리는 북한 문제의 결론을 내기까지 갈 길이 멀다. 어쩌면 일이 잘 해결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트위터]

이는 북한이 20일 핵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뒤 "커다란 진전"이라면서 들뜬 반응을 내놓은 것에서 물러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신중함을 표한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6월초 전후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핵무기 폐기 전까지 대북 경제 제재 완화는 없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를 인용하여,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핵무기 폐기 및 제재 해제 시간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동결로는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임을 전하고 북한에 신속한 핵무기 폐기를 촉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대통령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에는 북한이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폐기하기 전까지 제재 완화와 같은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의 길을 가면 보상은 무제한일 것이다. 온갖 좋은 일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과 관련한 언론 보도와 관련, "북한과의 거래에 접근도 못하는 온갖 학자들이 사방천지에서 어떻게 거래를 해야하는지 말하는 꼴은 정말 웃기다!"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북한 유화적 움직임’ 두고 여전한 의구심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적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AP통신 등 외신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실험장 폐기는 언급했지만,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지난주 북한의 결정은 비핵화 의지 신호한 것이 아니라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즈(NYT)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김 위원장의 대담한 조치’라면서 “외교적 고지를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북한이 적당한 수준의 양보를 내놓으면서 북·미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수세적 입장에 처하게 만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매체는 "다수의 워싱턴 관측통은 김 위원장이 경제적 제재라는 '목조르기'를 피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실험(중단)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양보는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도 하기 전에 미국에 제재 완화를 촉진하기 위해 계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은 수년에 걸쳐 양측이 동시에 양보를 진행하는 단계적 협상을 추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센터 국장은 CNN에 "북한은 아무것도 약속한 것이 없다. 2012년에도 실험 중단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북한의 발표는 좋은 것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않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