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시급 300만원’ 회장님과 年7만원 임금인상도 힘든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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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8-04-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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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 노동조합이 지난 11일부터 단체복을 입고 쟁의 투쟁에 나섰다. [사진=샤넬코리아 노동조합]


“10년 넘게 일했는데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월급이 그대로예요.”

대표적인 명품 패션뷰티기업 ‘샤넬’의 직원들(샤넬코리아노동조합)이 지난 14일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백화점 샤넬 매장에 들어서면 판매대 앞에 ‘저희는 쟁의행위 중입니다’란 안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가방 한 개를 수백만원에 판매하는 샤넬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2.4% 올렸다. 

그러나 샤넬 사측과 노조는 두 차례에 걸친 임금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과 사측이 제시한 인상률 차이인 0.3%를 두고서다. 이를 환산하면 1인당 평균 월 6000원, 연간 7만2000원에 불과하다. 결국 지난달 말 직원들은 검은색 유니폼을 벗고 ‘임금 인상’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일부 직원의 급여는 1200원 올리는 데 그쳤다”면서 “10년간 근무한 직원과 신입 직원의 급여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올해 법정 최저 시급은 7530원. 그나마 크게 인상된 가격이지만 물가 등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여전히 짠 액수다. 그럼에도 패션·뷰티업계 매장 직원들은 최저임금도 보장이 안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말 총파업에 나섰던 LG생활건강 노조의 경우, 면세점에서 일하는 여성직원의 한달 기본급은 103만원이었다. 10년차 기본급도 130만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회장·사장 등 경영진은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회장님은 단연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보수 총액으로 75억4124만원을 챙겼다. 급여 18억1300만원에 상여금 56억4700만원을 받았다. 단순 계산하면 월급으론 6억2843만원이며 시급은 302만원(주 52시간 기준)에 달한다. 전문경영인 중 가장 연봉이 높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경우 연봉은 32억4400만원(급여 14억3200만원, 상여금 18억1300만원)이다. 월급은 2억7033만원, 시급은 129만원에 달한다. 

그에 비해 해당 기업의 직원 월급은 타 업종보다 적은 편이다. 국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직원들의 연봉은 지난해 평균 8300만원이지만,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평균 연봉은 각각 6100만원, 5300만원이다. 실제로 회사 내에서도 직급별 월급 격차는 상당한데, 근로자 절반 이상은 평균 월급에 턱없이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다.

한 회사를 다니지만 급여에 관해선 딴 세상 얘기다. 회사는 매출이 늘고 제품 가격을 올려도, 정작 직원 월급 인상에는 인색하다. 사장님들은 시간당 수백만원씩 받지만, 정작 말단 직원들은 월급 몇만원 올리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억대 연봉 사장님들은 매년 연봉협상 때마다 괴리감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주머니 사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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