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빙판 위 체스’의 강팀 저격수…韓여자컬링의 비결은 ‘無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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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서민교 기자
입력 201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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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의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사진=연합뉴스 제공 ]

컬링은 ‘빙판 위 체스’라 불린다. 20kg이나 되는 무거운 돌(스톤)을 빙판 위에 굴려 약 30.48m 떨어진 목표 지점(하우스) 중심에 가까이 가져다 놓으면 승리하는 경기다. 간단해 보이지만,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머리를 써야 하는 종목이 컬링이다.

단순한 점수 내기가 아니라 치열한 수 싸움이다. 선수들의 지략은 물론 섬세한 손동작과 빗질을 하는 ‘스위핑’은 엄청난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집중력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대표팀 선수 전원이 마늘 산지로 유명한 경북 의성 출신으로 독하게 구성된 ‘마늘 소녀’ 4인방(김은정,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이 또 이겼다. 이번엔 5전 전승 무패 행진을 벌인 스웨덴을 무너뜨렸다. ‘김씨 자매들’ 혹은 ‘팀 킴’으로 불리기도 하는 한국은 평창올림픽 최대 이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실제로 김영미와 김경애는 친자매다. 구수한 사투리에서 나오는 치열한 사투에 컬링의 매력까지 더해져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여자컬링 대표팀(스킵 김은정)은 19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6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7-6으로 이겼다. 4연승 행진을 이어간 한국은 예선 전적 5승1패를 기록하며 스웨덴과 함께 공동 1위 자리에 올랐다. 스웨덴은 이날 한국에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5연승을 달린 강팀이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톱랭커 팀들을 차례로 꺾고 있는 이변의 주인공이다. 일본(6위)에 유일한 패배를 당했지만,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스위스(2위), 영국(4위)을 제압했다. 또 아시아 라이벌인 중국(10위)에 완승을 하기도 했다.

여자 컬링은 10개 팀이 조별리그에서 모두 한 차례씩 맞붙은 뒤 상위 4개 팀이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날 스웨덴과 경기는 중요했다. 남은 경기 일정을 따졌을 때 안심할 수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스웨덴마저 제압하며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큰 고비를 넘겼다.

한국이 이토록 강한 이유는 강인한 정신력 때문이다. 김민정 감독은 “우리는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 정신력 훈련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약 10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훈련이다. 미술 스포츠 심상 훈련과 개인 성향 테스트 등 심리 훈련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이 강팀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이다.

한국이 유일하게 패한 일본전은 심리적으로 흔들린 날이었다. 김경애는 “일본과 했을 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것이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다 잡은 일본전에서 뼈아픈 실수로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후 마음을 다시 다스려 4연승을 달렸다.

‘강팀 저격수’로 불리는 한국의 ‘도장 깨기’는 계속된다. 이제 남은 경기는 20일 미국(20일), 21일 OAR(러시아 출신 선수들‧20일)과 덴마크전이다. 세계 7위 미국은 공동 4위(3승3패)에 올라 있고, 세계 3위 OAR은 덴마트(세계 9위)와 함께 최하위인 9위(1승5패)에 머물러 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심한’ 한국의 적수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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