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권력에 취(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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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입력 2018-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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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얼마나 더 얻어야 만족할까? 세상만물이 모두 유한(有限)함에도 이른바 권력을 향한 욕망(欲望)은 그 끝을 모른다. 역사가 빚어낸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예가 허다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기에 바쁘다.

조선 후기 여항(閭巷)문인 정내교(鄭來僑·1681~1759)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 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 슬프다.(噫, 酒者之醉, 有時而醒, 官者之醉, 旤迫而醒無日, 哀哉)”(<잡설(雜說)> 중)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취기에 못 이겨 술이 술을 마시는 지경까지 이르면, 제집은 물론이고 그 자신조차 찰나에 잊게 된다.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내가 원치 않아도 술이란 깨기 마련이나, 권력의 갈증은 이와 달라서 좀처럼 싫증나지 않는다.

그 맛에 취해 초심을 잃은 기만(欺瞞)이 되풀이될 뿐이며 권력의 예봉이 어느덧 자신을 겨누더라도 깨어나지 못한다. 이야말로 재앙과 매일반이다. 정내교는 술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애주가였는데, 그러한 그가 ‘깨지 않는 취기’를 권력욕에 비유했으니 참으로 절묘하다.

연일 지난 권력의 취기(醉氣)가 회자되고 있다. 취한 세상에 홀로 깨어 불우했던 굴원(屈原)의 시대가 있는가 하면, 올바른 민심들이 깨어 있는 시절 또한 오는 법이다. 이 또한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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