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세계는 지금] ① 가상화폐 선진국 일본, 포르쉐를 비트코인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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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8-01-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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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히로시마현(廣島縣)에 위치한 중고차 판매업체 아이즈브레인(I'S BRAIN)에 비트코인으로 포르쉐를 구입하고 싶다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업체가 비트코인으로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에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비슷한 문의가 이어지더니 5000만원대 BMW 차량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구매자가 실제로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의 시세가 급격히 오르자 중고차 약 20대가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이 업체 관계자는 “눈에 띄게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고차 판매업체 아이즈브레인은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아이즈브레인 홈페이지) 


일본은 가상화폐 선진국이다. 비트코인 거래량도 세계 1위다. 일본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플라이어(BitFlyer)'의 고객은 100만명에 이르고, 일본 국내 가상화폐 이용자도 200만명에 달한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정비해 법의 보호 아래 가상화폐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엔화와 달러화와 같은 법정화폐에 준하는 지불수단으로 인정했다. 일찌감치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안착시킨 일본에선 비트코인이 투기 대상의 가상화폐가 아닌 지불 수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일본 국내에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점포는 약 2000점포에 달한다. 
 

가상화폐 계정을 보유한 이용자라면 전자제품부터 의류, 식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비트코인으로 순식간에 결제할 수 있다. ‘비트플라이어’와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 앱을 스마트폰에서 구동시켜 계산대의 태블릿PC 화면에 나타난 QR코드에 인식시키면 계좌에서 금액이 빠져나가 결제가 3초 만에 끝난다. 이때 발생하는 1%의 결제 수수료는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마이너(Miner)'에게 지급된다.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백화점 마루이(丸井)도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루이 관계자는 "가상화폐 계정을 보유한 고객들이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으로 이익이 생길 때마다 소비한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해 이익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고객이 점포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전자제품 양판점 '빅카메라도 300만원 한도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출처: 일본 마나데미 홈페이지 자료 사진)  


비트코인 시세는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동하기 때문에 결제하는 타이밍에 따라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하루에도 20% 이상 시세 변동이 일어날 때는 "오전에 구입했어야 했다"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트플라이어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결제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여명기에 불과하다”면서도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현금없는 캐시리스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어 가상화폐 결제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설명] 가상화폐 채굴이란?

블록체인을 통해 흘러나가는 송금과 결제 등의 디지털 데이터를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를 풀어가며 검증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빨리 데이터를 검증한 채굴자에게 가상화폐가 대가로 지급된다.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해 채굴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계산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선 처리속도가 빠른 컴퓨터와 전력,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 소요되는 전력이 덴마크 국가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채굴자들은 냉각비용을 줄이기 위해 날씨가 추운 북유럽에 채굴 공장을 세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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