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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㉙] ‘불로불사’ 냉동인간…죽음 앞에서도 ‘불평등’ 시대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 박사)입력 : 2018-01-24 13:11수정 : 2018-01-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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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후난(湖南) 고고학 연구소가 진시황제의 불로초 고사에 관한 기록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2002년 후난성에서 발견된 약 3만6000개의 목간을 분석한 결과 불로초를 찾으라는 진시황(秦始皇)의 명령에 대한 지방 관리들의 보고가 기록돼 있었으며,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불로초를 찾아다녔다는 고사가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식욕, 성욕, 수면욕 그리고 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모성까지 인간의 본능은 모두 생존과 연결된다. 더 젊게 더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아마도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을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노력은 어느 시대에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불로불사’, ‘불로장생’이란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진시황을 떠올린다.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진 진시황은 영생을 갈망했다.

중국 최초의 황제로 막대한 권력을 가진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았다는 고사는 마치 민담과도 같아서 ‘불로초’는 콘텐츠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심용결 : 잃어버린 전설’에서는 황제의 도굴단체였던 ‘무금교위(摸金校尉)’는 의뢰인이 영생을 주는 피안화를 찾아 세상을 지배하고 영생을 누리고자 하는 사악한 욕망을 가진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영화 '심용결 : 잃어버린 전설'에 등장하는 피안화(위). 파괴되는 피안화(아래). [사진=백해린 책임연구원 제공]

진시황 고사에 관한 소설 ‘서복동도’는 드라마로 제작된 후 영화제작을 위해 한국에 촬영기지를 건설했으며 ‘불사술’과 ‘미이라’가 결합한 ‘도묘필기 : 미이라의 부활’, ‘진용(秦俑)’ 등 불로초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는 장르를 불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

진시황이 죽지 않는 삶을 꿈꿨다면 파라오는 현세의 부와 권력이 이어진 사후세계의 영원함을 기원했다. 이 때문에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 ‘더 피라미드’ 등 파라오나 피라미드를 소재로 한 스토리는 파라오의 저주나 부활 등 사후세계와 연결된다.

사실 사후세계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망자에게 바치는 저승길 노잣돈이나 제례 문화 등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죽음은 소멸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며,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이승과 저승, 전생과 현세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과 ‘사임당 빛의 일기’,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와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등 전생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전생이나 귀신 등 ‘미신을 선전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를 금지하고 있지만, 한·중·일의 전생과 현세에 대한 개념은 동아시아 전통문화인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 티베트 불교의 ‘린포체(환생한 고승)’에 관한 기록이다.

영화 '미이라3 : 황제의무덤' 에서 부활한 진시황과 병사들. [사진=백해린 책임연구원 제공]

내세와 전생, 환생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편안한 내세를 위해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해준다.

영생에 대한 욕망은 탐욕으로 인식된다. 국가를 막론하고 영생을 얻을 수 있는 ‘불로초’를 탐한 인간의 이야기는 파멸로 마무리됐다.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는 그것이 신이 내린 가장 가혹한 형벌이라 여겼으며, SBS 드라마 ‘흑기사’에서 큰 죄를 짓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 벌을 받은 두 여인은 선행을 쌓아 죄를 끝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멸의 삶은 인간의 염원이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는 인간의 수명 연장에 대한 출연진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불치병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때까지 냉동된 채로 기다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를 부모가 냉동 보존한다면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100년, 200년이 아닌 10년, 20년 후에 혹은 지금 개발 중인 치료법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 '데몰리션맨(1993)'에서 냉동감옥에 수감됐던 수감자가 깨어나는 장면. [사진=백해린 책임연구원 제공]

그 어떤 질문에서도 우리는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냉동 인간을 탄생시켰다. 깨어날 수 있을지, 깨어난 후에 후유증 없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불치병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올 때까지 냉동된 채로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다.

첫 냉동 보존 인간이 탄생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1967년 불치의 암에 걸린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 제임스 베드포드(당시 73세)는 냉동인간이 되길 선택했다. 2015년 태국의 한 부부는 뇌종양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두 살배기 딸을 냉동 보존했다. 그렇게 전 세계 150여명이 냉동 보존돼 있다.

우리는 죽음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웠다. 돈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냉동 보존과 같은 과학 기술로 인한 생명 연장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계급이 부여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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