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두팅이 뭘까?” ‘낭독’에 빠진 14억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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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윤이현 기자
입력 2018-01-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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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독 프로그램의 인기몰이 속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 상승

  • 호기심 많은 젊은 세대와 아날로그 감성 그리워 하는 중장년층 사이 인기

랑두팅(낭독을 하는 공간)의 외부 모습(좌)과 내부 모습(우) [사진=바이두]


"외관상 우리나라의 코인노래방과 비슷하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내부 방음처리를 완벽히 했다. 유명 문학작품과 한시, 명언 등이 내재된 테블릿 PC와 고성능 마이크가 구비돼 있어 마치 전문적인 녹음 작업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녹음된 파일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해 전송이 가능하다. 이용 금액은 15분 기준 6위안(약 980원) 정도다."

최근 중국 곳곳서 생겨나고 있는 낭독 전문공간, 이른바 '랑두팅(朗讀亭·낭독정)'의 모습이다.

랑두팅을 처음 이용해봤다는 충칭(重慶)의 한 직장인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있어도 몇 마디 인사를 빼고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큰 목소리로 글을 읽으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랑두팅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주요 도시의 학교와 도서관 등지에 시범적으로 100여개를 설치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랑두팅은 최근 중국에 불고 있는 ‘낭독 열풍’ 속에서 탄생한 신 문물이다. 지난해 2월부터 중국 관영 중앙(CC)TV 종합예능 채널에서 방영한 인기 프로그램 ‘랑두저(朗讀者·낭독하는 사람)’가 중국 대륙에 낭독 열풍을 촉발시켰다. 

'랑두저'는 배우나 학자 등 각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출연해 자신의 사연 또는 좌우명 등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주재와 형식에 구애 받지 않으며 근현대 소설, 유명인들이 남긴 명언 등 모든 글귀가 대상에 포함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이 한류나 외국문화 대신 자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자는 게 제작 취지였다.

이는 중국의 대중문화 제작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자신의 전통문화를 대중문화로 재생산한 중국 문화당국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빠른 인터넷 발전 속도와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에 힘입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지방 방송국에서도 덩달아 전통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다. 중국 고유 문학성을 강조한 '중국스츠다후이(中國詩詞大會·중국시사대회)', '젠쯔루몐(見字如面)'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중국스츠다후이'는 중국의 한시와 고사성어 등 지식에 대한 이해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젠쯔루몐'은 유명인이 출연해 자신이 직접 쓴 편지 또는 좋아하는 글귀를 소리 내 읽어주는 형식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역시 랑두저와 마찬가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중국 내 많은 이들의 고전문학 학습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히말라야FM’ 등 책을 읽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초 중국의 대형서점에서 선보인 이 독서 앱은 아동서적부터 소설, 고대 한시 등 모든 장르가 구비돼 있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그 동안 문학작품을 큰 소리로 읽는 낭독은 주로 어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의 전유물로 인식됐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낭독에 가담해 그 열기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소통이 직접적인 소통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육성 언어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프로그램 열풍 때문만은 아닌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인들의 문화적 수요와 요구 또한 급격히 상승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의 한 문화평론가는 “감정 전달에 인색한 중국인들이 낭독을 통해 자산의 마음속 이야기와 감정들을 분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며 “낭독은 호기심 높은 젊은 세대와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중장년 세대 모두에게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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