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마련 명분 내건 법인세 인상…‘나라곳간 풍족’에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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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7-11-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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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나라 곳간이 풍족하게 쌓이면서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소득세 인상에 대한 명분이 희석되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1~9월 누적 국세수입은 207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조원 더 걷혔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총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4조7000억원 증가했다. 3대 세목을 보면, 지난해 법인세는 7조1000억원, 부가가치세는 7조7000억원, 소득세는 7조8000억원이 더 걷혔다.

올해도 무리 없이 초과세수가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9월까지 법인세 초과세수액은 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세수가 많아지면 정부의 재원활용이 용이해지고, 나랏빚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모두 초과세수로 꾸리면서 ‘빚 없는 추경’이 가능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세수호황이 이어지는데도 무리하게 증세를 추진해 세금을 더 걷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당면하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기업에서 걷어들인 세금으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오히려 법인세 인상으로 예상되는 세수증가분은 기업이 세 부담 증가로 일자리 투자 등을 줄여 결국 상쇄된다는 주장도 있다.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기재부가 2015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세목별 세 부담 분석자료에서 법인세수 극대화를 위한 법인세율은 23%라는 결과가 나왔다.

법인세가 23%를 넘으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연구자료는 당시 법인세율은 22%(200억원 초과)로 지방세를 포함하면 24.2%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자리 확충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세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 엇박자 스텝을 걷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법인세가 1%포인트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1.1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법인세 최고세율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심의할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논의는 15일 시작된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 25%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 인상’ 내용이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경제적 고려보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여당에게 법인세 인상은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시절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점, 지난 9년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부자 감세’ 논란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적잖다. 야당에서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명의 한 경제학자는 “법인세 인상은 경제적 관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위험투자를 감내할 곳은 대기업인데, 세 부담이 커지고 반기업 정서마저 확산되면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선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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