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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메디 시대] 여기선 ‘메르스 감염’ 제로...세브란스병원 구조의 마법

조현미 기자입력 : 2017-10-18 06:30수정 : 2017-11-22 23:12
명품의료센터를 찾아서②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2년간 치밀한 검토... 80억 늘려 3300㎡ 규모 리모델링

새단장을 마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새 센터는 병원내 감염병 예방과 과밀화 해소에 역점을 뒀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한국 최고의 응급진료센터’.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박인철 소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친 이 병원 응급실에 대해 이같이 자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1개월간 80억원을 들여 응급진료센터를 리모델링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전용 면적이 1520㎡(약 460평)에서 3300㎡(약 1000평)로 두 배 이상 넓어졌다. 각종 최신 의료장비도 대거 갖췄다. 미국 유수 병원과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을 참고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띄었다.

◆‘제2 메르스 사태’ 막는다…감염 차단시설 강화

새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의 특징은 ‘병원 내 감염률 제로(0)’를 향한 노력이다. 2015년 국내 사회·경제를 위축시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감염병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센터 출입구를 도보 거동 환자용·구급차 이동 환자용·발열이나 감염환자용 세 곳으로 분리했다. 도보 환자용 출입구의 경우, 열감지 체계를 갖춘 이중 문을 만들었다. 첫 출입구를 지날 때 38도 이상 고열이 확인되면 두 번째 출입구가 열리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감염 의심환자를 구분해낸다. 이후 센터 직원이 해외여행 유무 등 감염징후 사안을 물어보고, 의심 정황이 확인되면 감염환자용 출입구를 이용하게 한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의 도보 거동 환자용 출입구 안에서 병원 직원이 방문 환자의 고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센터 내부 역시 감염매개물질이 외부로 퍼지지 않는 공조체계를 갖췄다. 기존처럼 천장에서 이뤄지는 양압 공조시스템은 감염 매개물질이 동일 구역에 쉽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된 공조체계는 천장에서 벽을 따라 직하향하는 선형 내부 순환 공조 방식이라 감염 전파 위험이 낮다. 손을 가까이 대면 열리는 자동문, 감염 예방 효과가 우수한 병실 커튼, 곳곳에 설치된 손씻기 시설도 감염병 예방의 일환이다.

감염성 질환 의심환자가 머무는 특수구역에는 국가 기준에 맞춘 음압병실 2개 병상을 만들었다. 두 병상 모두 전실을 비롯한 두 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긴급차단벽(격벽)’ 시설도 눈에 띄었다.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 격벽이 내려온다. 박인철 소장은 “격벽은 감염환자와 일반환자의 진료실·출입구를 동시에 분리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내려온 격벽에는 ‘환자분들의 감염예방을 위하여 긴급 차단되는 벽입니다’라는 설명을 써놓아 일반환자들이 당황하지 않게 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환자들이 치료받는 침상 간격도 충분한 여유를 뒀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1인실 침상 사이는 2.5m, 2인실은 5m로 국가 권고규정인 1.5m를 넘어선다.

◆중증도 따른 맞춤형 진료공간

지금까지 국내 대형병원 응급실은 좁은 공간에 환자가 몰리면서 혼잡도가 극심했다. 응급실이 ’도떼기시장 같다’는 불평이 이어지던 이유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과밀화 해소를 위해 전문간호사가 실시하는 환자분류제도를 도입했다. 두 곳의 환자분류 접수대에서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에 따라 응급환자 중증도를 최고 수준인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눈다. 중증도가 높은 1~3등급 환자는 나이에 따라 성인응급·소아응급구역으로 보낸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긴급차단벽 시설. 응급실 안에서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 내려와 감염환자와 일반환자 진료실을 분리해준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파란색으로 꾸며진 ‘블루존’의 성인중환구역은 A·B·C 세 구역으로 나뉜다. 중증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A구역은 1인용 침상 16개를 갖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인용 침상 수다. B구역은 2인실로 만들어졌다. C구역은 침상에 눕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다. 박 소장은 “C구역은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에 착안해 만든 곳으로, 개인 모니터가 설치된 안락한 의자에서 각종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환자를 위한 ‘핑크존’은 도보 거동 환자용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했다. 기존 소아중환구역보다 70% 넓어진 핑크존에는 격리실을 포함해 모두 8개 침상이 있다. 보호자와 함께 앉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20개 치료유닛도 설치했다. 

가벼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오렌지존’에서 치료한다. 오렌지존에는 별도의 접수대와 대기공간이 있다.

◆환자 진료현황을 한눈에…선진형 의료진 공간

의료진은 가운데가 빈 사각형 스테이션(의료진 공간)에서 근무한다. 진료실 중간에 설치돼 환자 상태를 어느 위치에서든 볼 수 있다. 관찰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사각형 스테이션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흔한 형태지만 국내에선 세브란스병원이 처음 도입한 것이다.

침상에 누워 있는 환자와 시선을 맞출 수 있게 스테이션 높이도 기존보다 높였다. 때문에 응급실 의료진이 고개만 돌리면 환자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의료진이 사각형 스테이션에서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각형 스테이션은 관찰 사각지대를 없애는 장점이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응급환자 현황과 진료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대형 모니터 화면도 센터 안에 설치했다. 현재 응급실에 환자가 몇 명이고 평균 체류 시간이 얼마인지, 환자별로 어떤 검사·진료를 받고 있는지를 색깔로 표시해 보여준다. 의료진은 모니터 확인만으로 한눈에 환자 상태나 치료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보호자 대기실은 한층 쾌적해졌다. 응급진료센터 입구에 있는 보호자 대기실은 카페처럼 여유 있게 꾸며졌다. 대기실 중앙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응급실에 들어간 가족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박 소장은 “총 2년여의 치밀한 사전 검토와 구상, 단계적 공사를 통해 사용자 중심 응급진료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원내 감염예방과 과밀화 해소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