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기관 정규직전환 ‘나몰라라’]정부청사 특경 “휴가 쓰면 월급 깎인다”...정규직 전환 대상자 ‘계약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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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김선국 기자
입력 2017-10-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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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안전부 ‘모르쇠’ 일관, '정규직 전환' 흐지부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정부세종청사 특수경비원. [사진=아주경제DB]


“하루 연차 쉬면 여자 특경은 7만원, 남자 특경은 10만원 정도 월급에서 빼요. 포괄임금제라 해서 연차수당이 월급에 포함됐대요. 아파서 조퇴하면 근무시간만 계산해서 돈을 줍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특수경비원(특경)은 휴가를 쓸 수 없다고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15일의 유급휴가가 보장됐지만, 이들은 휴가를 쓰면 급여가 깎인다.

“내년이면 60세가 되는데, 1년 앞두고 그만두라 하더라고요. 정부가 정규직 전환인가 뭔가 한다고 하더니만, 차라리 하지 말지.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막막합니다.”
한국전력 내 용역업체 소속 한 경비원(59)은 이달 초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이달 말 정년 60세가 돼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내용이었다. 경비원들은 비정규직 신분으로 계속 근무하겠다고 했지만 업체 측은 거절했고, 결국 사직서를 받았다.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 내 용역업체들이 비정규직들에게 휴가사용 시 월급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쓰고, 재계약을 앞두고 사직을 강요하는 등 부당 노동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며 재계약 전에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속출하는 것이다.

해당 기관들은 정규직 전환 협의체를 구성, 논의 중이라고 하지만 ‘하청 소관’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5일 본지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특경들이 외출이나 휴가를 사용할 경우 급여에서 공제된다.

이들은 소속업체인 SDK가 ‘포괄임금제’를 적용,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가 건넨 근로계약서를 보면 ‘월 1회 포괄임금으로 지급한다', ‘근로 및 휴게시간의 탄력적인 변경 조정과 업무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포괄임금제는 휴일·야간·연장근로 등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고정 지급하는 임금제도를 말한다. 일하기 전에 얼마나 급여를 받을지 미리 정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15일 유급휴가, 12시간 이상 근무 시 초과근무수당 등은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특히 휴가를 쓰지 않을 경우, 급여를 공제하는 게 아니라 하루 분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으로 보장된 유급휴가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급여를 공제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대전 고용지청에 진정서를 접수하면 근로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DK의 원청인 행정안전부는 이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행안부 청사보안기획과 관계자는 “(이 사실에 대해)아는 바 없고, 휴가나 임금 지급부문은 업체 측 관할”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말까지 로드맵을 만들어 정부청사관리본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청소·특수경비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자다. 하지만 특경의 경우, 정규직화를 어떻게 추진할지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을 논하기 전에 처우 개선부터 요구하고 있다.

한전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 2명은 정년 60세를 이유로 사직하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과 계약한 용역업체 소속 경비직의 정년을 65세로 권고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전은 경비직 정년의 경우, 원청이 아닌 용역업체가 사규에 따라 정한 것이어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 65세를 적용해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 행안부(정부청사관리본부) 등 주무부처가 정규직 전환 시늉만 하는 사이 경비원 등 비정규직들은 실직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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