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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RV, 좀비보다는 귀신에 가까워…'한' 담았다"

최송희 기자입력 : 2017-10-12 08:00수정 : 2017-10-12 08:00

영화 '희생부활자'의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사진=(주)쇼박스 제공]

의아했다. 충무로 대표 휴머니스트인 곽경택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라니. 곽 감독의 지난 필모그래피(작품 목록)를 돌아보면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장르였다. 영화 ‘영창 이야기’를 시작으로 ‘친구’, ‘챔피언’, ‘똥개’, ‘사랑’, ‘극비수사’에 이르기까지. 그간 현실과 맞닿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온 만큼 희생부활자(Resurrected Victims, 이하 RV)라는 판타지적 소재와 설정으로 돌아온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12일 개봉한 영화 ‘희생부활자’는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RV) 사례로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김해숙 분)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김래원 분)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판타지적 소재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외피를 입은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니 이보다 더 곽 감독다울 수 없는 인상이었다. 다소 허황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그 안에 모성애를 담으면서 한국적 정서를 품게 된 ‘희생부활자’는 곽 감독의 인장을 남기고 또 그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곽경택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사진=(주)쇼박스 제공]


드디어 개봉이다
- 결과를 떠나서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작품이 나를 굉장히 짓눌렀구나’ 3년간 나를 괴롭혔던 RV를 몸에서 빼낸 것 같다.

일종의 부담감이었을까? ‘희생부활자’는 지난 작품들과 다른 장르였고 곽 감독에게도 도전이었으니까
- 그런 셈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 오래 후반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시나리오 쓰는 것만큼 여러 차례 거치고 거쳐서 CG 작업을 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곽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그것도 판타지적 소재라니. 공개 전부터 다들 의아해했었다
- 찍으면서 중간중간 후회도 하고 갈등도 했다. ‘극비수사’ 후반 작업 당시 원작을 받아 봤는데 절반까지 정말 몰입도가 좋았다. 저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의 흡입력이 탐나더라. 몇십 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해야겠다는 마음이 딱 들더라.

그런데 원작 소설은 딱 절반까지만 읽었다고?
- 이 뒤로는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흐르더라고. 하하하. 누군가는 내게 ‘좋은 세계관을 가지고 신파로 풀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결말이 맞았다. 소설은 나보다 더 황당하게 풀어낸 것 같다. 나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에 꽂혔고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소재나 배경은 낯설었지만 그 안에 담긴 곽 감독만의 가치관은 그대로였다
- 앞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좋은 소재를 가지고 왜 진부한 모성애를 이야기하느냐’고들 한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 부분에 끌렸고 그렇게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편집을 여러 번 거치면서 젊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상쾌하게 극장을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이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일까?
- 성동일 선배가 뒤풀이에서 농담 식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RV를 가지고 사회현상이 아닌 모성으로 푸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다’라고. 맞다. 우리나라니까 가능한 거다. 이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저는 좀비 세대가 아니라 ‘전설의 고향’ 세대라서 서양식 좀비에는 약하다. 고민 끝에 어쨌든 RV들도 ‘한(恨)’ 때문에 돌아온 거니까 귀신이 맞겠다고 생각한 거다. 특히 명은지(이지원 분)의 경우가 그랬다.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컷 중, 명숙 역의 김해숙[사진=(주)쇼박스 제공]


명숙은 처음 돌아와 아들 진홍을 공격했다. 모성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 글을 여러 번 고치다 보니 수정하는 과정에서 생략됐다. 잔상이 남아있어서 그랬나 보다. 최명숙이 처음 나타난 건 RV로서의 등장이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아들이 우왕좌왕하다가 “엄마!”라고 외쳤고 그것 때문에 복수의 회로가 탁 풀려버린 설정이었다. 사실 명숙의 죽음을 초래한 원흉은 아들이니까. 그에 대한 인간적 원망 때문에 왔다가 결국 모성이 깨어나면서 자각하게 된 설정을 담아낸 거다.

영화에는 친근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조선족 강도 김민준은 강렬한 롤을 맡았는데
- (김)민준이와 몇 작품을 함께 했다.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친구다. 이번 작품은 (김)래원이가 주인공인데 그 친구가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상대와 물리적·육체적 부딪침이 있어야 하는데 상대가 약하면 안 되니까. 인지도도 있고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했다. 민준이에게 ‘고생스러울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줬다. ‘의상도 별로 없다’고 하면서. 하하하.

빨간색 속옷만 입고 등장했었다
- 의상 팀이 속옷을 추려 왔기에 ‘이왕 하는 거 튀게 가자’고 그 색깔을 골랐다. 사실 그 속옷을 가만히 보면 하얀색 용이 새겨져 있다. 디테일이었는데 잘 안 보이더라.

영화는 쓸쓸한 서울의 정취가 담겨있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도 “서울은 쓸쓸한 이미지가 있다”고 했는데
- 서울의 이미지가 곧 한국의 이미지겠지. 대한민국 수도라서 그런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까운 생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것들이 너무 안타깝게 여겨진다. 왜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너무 답답하다. 예전엔 일본이 한국보다 자살률이 10배 더 높았다. 그 통계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낫다’고 생각했는데 금세 전복돼버렸다. 이기는 게 중요한 세상이 돼버렸다. 과거엔 드물었던 자살,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등등이 근래에는 너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 씁쓸함을 영화에 담았다. ‘희생부활자’에도 행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글을 쓸 때 그런 세상 속에 취해있다 보니 심적으로도 힘들었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사진=(주)쇼박스 제공]


곽 감독이 가진 가장 대표적인 서울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 한강이다. 그 안에는 슬픈 감정이 많이 담겨있다. 과거 경찰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1년에 한강서 건지는 시체가 200구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이들이 투신하고 유기된다. 경제발전 뒤 숨은 그림자가 모두 서울에서 처리되는 것 같다. 그런 곳에 유람선도 뜨고 그 물을 마시고…. 정말 이상한 장소인 것 같다. 제 안에 담긴 한강의 이미지를 영화에서 말해보고 싶었다.

그 이미지와 마음이 태영(성동일 분)의 입을 통해 대변되는데
- 성동일 선배에게 많은 부탁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야기의 화자가 영태기 때문에 그의 시각에서 사건이 보여져야 했고 또 감춰져야했다. 엔딩까지 영태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되니까. 힘드셨겠지만 끝까지 화내지 않고 잘해주셨다. 하하하.

성동일 말고도 우리가 보지 못한 배우의 이면은 또 있었다. 김해숙이었다
- 캐스팅할 때도 ‘이상한 엄마’라 좋다고 하셨다. 하하하. 따듯한 엄마로서의 느낌도 보여야 하고 처단자의 이미지도 가져야 해서 명숙 캐스팅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극단적으로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다. 자식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모습을 강력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사진=(주)쇼박스 제공]


김래원은 어땠나? 또다시 검사 역할을 주는 것이 부담일 수 있는데
- 원작에서는 사업가였다. 하지만 각색 과정에서 복수와 죗값, 벌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다이렉트하게 주인공이 검사인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펀치’에서도 검사 역이어서 부담도 됐지만 분명 다른 인물이니까.

액션·CG 역시 기존 곽 감독의 영화와 달랐다
- 액션·CG가 정말 중요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에이’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그게 뭐든 간에 채워 넣어야 한다. 때문에 CG 팀과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RV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들 진짜 벌어지는 현상인 줄 알았다고
- 정말 다행이다!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국정원이 나와서 RV를 설명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냐. 비주얼이라도 ‘진짜인가?’해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력을 잃어버리면 힘드니까.

극장가 비수기에 개봉하게 됐다. 우려도 있을 텐데
- 물론 걱정도 된다. 하지만 2년 넘도록 시달린 걸 생각하면…. 하하하. 영화는 영화의 운명이 있다. 다만 투자자에게 손해만 안 끼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몇 백만 얘기는 아닌 것 같고 손익분기만 넘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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