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면 용감..." 청소년 범죄 패거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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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입력 2017-09-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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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저지를 용기 없는 아이들이 모이면 포악해져"

최근 부산과 강릉에서 10대 청소년 여러 명이 또래 여학생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진 뒤 사회적 반향이 거세지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미성년자(만 19세 미만)가 일으킨 범죄는 총 7만5757건이다. 이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3만1136건은 공동정범·교사범 등을 포함한 범행 가담자가 2인 이상인 사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폭력범죄(2만403건)의 경우 이보다 높은 43%가 복수 가해자에 의해서 발생했으며, 집단적·상습적 또는 야간 범행 등 폭력행위는 집단 범죄가 단독 범행 408건보다 16배 높은 6549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 범죄의 경우 청소년기 특징인 ‘또래 문화’와 ‘군중 심리’에 따라 집단 범죄가 발생하며 범행 수위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의사결정 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청소년기에는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라며 "청소년기 특징 중 하나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무리에서 휩쓸려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혼자서는 저지를 용기가 없던 아이들이 집단으로 모이면 책임감 분산 때문에 포악한 행위를 하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 한다"면서도 "청소년들의 집단 폭력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집단화는 청소년 범죄의 특징으로 혼자가 아닌 둘, 셋 집단의 구성원으로 범행을 저지르며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집단 내에서도 나름의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잔혹한 범죄들을 감행하기도 한다. 보다 폭력성 있는 행동을 보이는 데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청소년 범죄 대책과 관련해 “나이로는 청소년인 아이들이 일삼는 범죄행각은 성인들 이상이기 때문에 강력처벌을 굳이 안 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동시에 학교 등에서 ‘규칙 위반 금지’ 등의 교칙을 만들고 위반시 그에 따른 제재를 주는 방식을 통해 초기 단계에 사회적 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범죄 자체가 아니라 범행 원인에 초점을 맞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집단 범죄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군중심리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대개 범행 주동자는 소수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동조자 혹은 방조자일 뿐”이라면서 “명확한 범행목적을 두고 발생하는 성인 범죄와 달리 아이들은 놀이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해당 범죄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왜’ 괴물로 변했는지는 관심 없고, ‘어떻게’ 처벌할까 고민하는 건 문제”라면서 “특히 정상 범주에서 이탈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냉혹한 사회적 시선을 받은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폭력성으로, 그게 안에서 터질 경우 자살이고 밖으로 흘러나오는 게 범죄행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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