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예술계 적폐 청산, 인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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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입력 2017-09-0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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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오랜만의 칼럼 나들이다. 필자는 지금 이탈리아의 최남단이자 아프리카와 유럽이 공존하는 시칠리아에 있다. 일주일 동안 푸치니 ‘라 보엠’, ‘토스카’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세 개의 오페라 콘서트를 위해 이곳에 왔다.

작열하는 태양은 9월이 됐는데도 여전하다. 그 아래 펼쳐지는 지중해의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롭기까지 한 아름다움에 넋을 놓는다. 노래는 절로 살아 일어나고, 사랑이 불같이 피어난다. 뜨거운 열정 가운데 태울 수 없는 쓸쓸함도 존재하는 시칠리아. 이탈리아 마피아의 본거지이자 고향,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탄생된 배경을 가진 시칠리아. 술 마레 루치카 라 스트로 다르젠토 ‘산타 루치아’가 절로 불러지는 파란 바다에서 이 칼럼을 보내 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서 모든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찿아가 국민들의 바람을 직접 느끼고 챙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문화계의 모습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엔 ‘인사가 만사’라 했다. 문화계 공연 예술계는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이 단체장이 되느냐에 따라 그 분야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이 결정된다. 그 만큼 현장을 아는 전문가가 단체의 수장이 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 같은 흐름인 것 같지만 아직 드러난 결과들은 없다. 전문가가 부족한 문체부 공무원들과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하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바뀌었지만 공무원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 있거나 담당 업무만 바뀐다. 언론사에 예술 전문기자가 있듯이 문체부에도 예술 전문 공무원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결여된 공무원들과 일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전문 공무원이 없다면 양성해야 하고, 자질을 갖추도록 육성시켜야 한다.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적극적인 업무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는 오페라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가수이자 제작자며 아직도 현장에서 많은 동료, 후배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전당, 국립 오페라단 등 국가가 주도하는 공연관련 단체장들의 인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술의전당 등 공연장과 단체에서 개선돼야 할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수정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아우를 수 있는 인사가 적폐를 청산하는 방법이다.

도종환 장관에게 바란다. 장관의 임기는 짧을 수 있지만 국립예술단체에 임명된 단체장들은 최소 몇 년 동안 자리를 지킨다. 이번 국립 단체장들의 인사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이번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년은 한국에 오페라가 들어온 지 70년이 되는 해다. 문체부 담당 공무원들과 도종환 장관은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에 헌신과 공헌을 한 분들이 중심이 돼 내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우리 오페라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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