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㊼] 피자헛, 실적 추락에 지분 매각…식어버린 ‘1세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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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7-09-0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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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5년 첫선, 경쟁심화에 매출 꺾여…12년 동안 3000억→893억 급감

  • 국내 사업 32년 만에 투자전문회사 오차드원에 매각

[사진=피자헛 CI]


1세대 서양식 외식 업체 ‘피자헛’이 실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매각됐다. 1985년 서울 이태원에서 처음 선보인 피자헛은 200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며 사업이 급속히 기울기 시작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31일 미국 염(Yum!) 브랜드가 보유한 한국피자헛은 지분 100%를 투자회사 오차드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파자헛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32년 만이다.

1985년 한국에 상륙한 피자헛은 초기 승승장구하며 국내에 새로운 외식문화를 선보였다. 피자헛은 당시 생소했던 외국음식인 피자를 앞세워 고급 외식문화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매장도 꾸준히 300여개 수준을 유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를 참고하면 피자헛은 2008년 313개의 매장을 운영했으며 이어 2011년에는 305개, 2012년에는 316개 등 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최근에는 점포수도 소폭 증가해 2013년 331개, 2014년에는 353개까지 늘었다. 2015년에는 이보다 조금 줄어든 341개를 기록했다.

다만 속을 들여다본다면 점포수의 증가와 반대로 각 점포당 경영성과는 저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영점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2008년 총 매장의 절반에 가까운 16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던 피자헛은 2013년에는 331개의 매장 중 80곳에 불과했다. 2014년에도 75개의 직영점을 운영했으며 2015년에는 341개의 매장 중 단 3곳만 직영점으로 운영했다.

매출도 급속도로 꺾였다. 2004년 3000억원이 넘었던 매출은 2013년 1451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5년에는 연매출 893억원을 기록, 1000억원의 벽도 무너졌다.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적자 전환 상태다.

피자헛은 실적 악화와 더불어 올초 설상가상으로 갑질 논란도 번졌다. 가맹점을 상대로 계약에 없는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를 적용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1월 과징금 과징금 5억2600만원을 부과받은 것이다.

이후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이처럼 사업이 갑자기 기운 배경으로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경쟁구도의 심화가 꼽힌다. 1세대 외식업체인 피자헛이 초기 시장을 선점하며 순항을 이어갔지만 2000년대 중반 가성비를 앞세운 경쟁사가 대거 등장하자 과거만큼 제품의 경쟁력이 먹혀들이 않은 것. 또 웰빙트렌드와 1인가구의 증가로 이에 맞는 상품이 개발되는 시점에서 피자헛이 다소 안이한 대처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전문회사 케이에이치아이의 관계사인 오차드원은 미국 '염'(Yum!) 브랜드가 보유한 한국피자헛 지분 100%를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갔다. 피자헛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맹점과의 기존 계약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단체는 이 같은 지분 매각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며 날치기 매각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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