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이아이피' 김명민, 거침없이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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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9-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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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거침없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 속 채이도는 범인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형사다. 정의 구현보다는 자신의 목표인 범인 잡기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그런 이도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가 되고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북에서 온 VIP였고 이를 감추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가 마구 뒤엉기며 치열한 분투를 벌이게 된다.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배우 김명민(45) 역시 목표를 위해 망설임 없이 달리는 중이었다. 작품에 관한, 연기에 관한 김명민의 생각에는 거침이 없었고 선택 역시 명확했다.

다음은 김명민과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는 만족스러웠나?
-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 시나리오가 많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그리 재밌던 건 아니었다. 불친절한 편이었지. 감독이 머릿속으로 인물, 장면 등을 배치해놔서 글로는 친절하게 풀어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 끌려 ‘브이아이피’ 출연을 결심하게 된 건가?
- 전체적인 밸런스였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한 건 아니었다. 만약 캐릭터가 욕심이 났다면 나는 이 작품을 안 했겠지. 전체적인 구성이나 플롯이 기존 영화와 달랐다. 참신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끌고 가는 것 같지만 (장)동건이가 바통을 이어받고 또 그 뒤를 (박)희순 형이 끌고 간다. 이런 점들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았다.

배우다 보니 캐릭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을 텐데
- 처음에는 그랬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들의 성격에 관해 질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감독님의 의도를 간파한 뒤에는 일절 욕심내지 않았다. 이 영화는 네 명의 균형이 중요한 작품이다. 심지어 인물들끼리 케미스트리도 없다. 브로맨스 같은 걸 기대해서는 안 되는 누아르다. 모두가 ‘신세계’를 기대하겠지만 이 영화는 ‘신세계’와는 완전히 방향이 다르다.

형사 역은 낯설지 않았을 텐데. 기존 형사 역할과 차별성이 있다면?
- 차별성을 준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내가 연기하는 거니까. 완벽히 다르지는 않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공공의 적’ (설)경구 형 같더라. 고민이 컸다. ‘이걸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감독은 ‘완전히 무미건조하게 연기해달라’고 하더라. 무미건조? 시나리오에는 길길이 날뛴다고 쓰여 있던데. 하하하. 감독님이 처음 말했던 건 미국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의 매튜 매커너헤이였다. 냉소적이고 사회성 없는 형사. 하지만 그렇게 다운된 모습은 어울릴 거 같지 않아서 방향을 바꾸게 됐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뀐 이도의 모습이 영화에 더 적확하다고 생각하나?
- 그렇다. 매튜 매커너헤이처럼 한다면 영화엔 아예 안 보였을 거다. ‘트루 디텍티브’는 10부까지 있으니까 차곡차곡 그 캐릭터의 이미지가 쌓이지 않나. 감독님이 미세하게 톤을 올려달라고 해서 올리게 됐고 지금의 이도까지 오게 됐다. 크게 본다면 달라진 건 많지 않다. 다만 이도의 과정이나 명분이 보이지 않고 단면적으로 처리해야하니까. 캐릭터가 안 드러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전사 작업을 거쳤다고
- 전사는 무조건 만든다. 보이든 안 보이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게 연기하기에 더 편하다. 무미건조하다고 다 끝이 아니니까. 순간 돌아보는 찰나에도 눈빛에 무언가가 담겨있어야 한다. 그게 전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과거가 보일 때가 있거든.

이도의 전사는 어떤가?
- 여러 가지 있지만 이도는 정의나 사회 구현을 위해 경찰을 하고 범인을 잡는 게 아니다. 항상 논란의 대상이고 범죄자들의 인권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도 못 견디고 나간 것 같다. 거기다 범인 검거 능력이 너무 뛰어나니까 간부고 뭐고 다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거다. 남을 경시하는 거지. 그런데 인물을 만들다 보니까 조금 미안하더라. 너무 비인간적인 거다. 하하하. 거기에 약간 츤데레적 면모를 섞었다. 후배들을 위한 마음 정도는 남겨뒀다.

김광일을 검거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두 장면에서 보여준 이도의 감정폭이 흥미로웠는데
- 처음 광일을 잡지 못했을 때 느낀 절망감이 대단했다. 이도에게 광일은 그냥 쓰레기고 더러운 놈이거든. 얘를 왜 감싸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회의도 느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는 생각에 화를 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완벽한 증거를 잡아 광일을 잡아 왔지만.

그 장면을 찍을 때 기억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 피터의 애드리브가 기억에 남는다. 이도가 광일에게 ‘너 고자지?’하고 묻는데, 피터는 고자라는 말을 모르니까 국정원 요원들에게 심각하게 ‘고자?’하고 되묻는 거다. 그게 딱 카메라에 잡혔는데 너무 웃기더라고.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톤앤매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건지 편집했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편집된 게 또 있지 않나. 이도가 이어폰을 끼는 설정
- 처음에 이어폰을 끼라고 해서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더니 ‘이도는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고 하더라. 광일은 음악이라도 듣지 나는 음악도 안 나오는 거다. 하하하. 타인의 말을 무시한다는 의미로 쓰기에는 너무 간 거 같다고 했는데 감독 뜻이 그러니 그냥 했지. 그런데 다음 촬영부터 이어폰이 없는 거야. 감독님이 생각해도 사족이었나보다. 워낙 디테일이 많은 감독님이라.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 좋았다. 상대 배우가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희순 형이 가진 엄청난 카리스마나 동건이의 안정적인 연기력, 종석이의 평정심 등을 함께 주고받았다. 우리 영화엔 케미스트리가 없지만 이도가 맞부딪치는 캐릭터끼리의 대립각이 흥미로운 것 같다.

연기를 주고받을 때 가장 즐거웠던 캐릭터는 누구였나?
- 이도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 건 광일이다. ‘네가 뭔데 못 잡는 거냐’는 분노를 가지고 연기했다. 또 재혁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행동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이도는 (재혁을) 무시하고. 그런 관계를 잘 표현할 수 있게 동건이가 연기를 잘 해줬다. 또 대범의 경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주고받는 텐션이 높았던 것 같다. 결론은 모두 다 즐거웠다는 거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종석이 김명민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던데
- 어떤 선배가 종석이 같은 후배를 지나칠 수 있겠나. 일단 애가 너무 착한데다가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돼 있었다. 감독이 보는 눈과 동료가 보는 눈은 다를 때가 있거든.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라고 하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잔소리와 조언은 어마어마한 차이거든.

분위기 메이커로도 활약 중인데
- 내세울 게 그거밖에 없다. 다른 배우들은 얼굴이 되잖아. 그거(성격)까지 가지면 사람이 아니지. 너무 완벽하니까. 나의 경우에는 영화에서도 다 휘젓고 다니는 캐릭터였고 실제로도 그런 행동을 할 게 나밖에 없더라.

다음은 ‘조선 명탐정’으로 만날 수 있겠다
- ‘조선명탐정’은 대망의 3을 맞게 됐다. 1편과 2편을 집대성한 굳히기라고 볼 수 있겠다. 1탄은 격이 조금 떨어지는 코미디를 했고, 2편은 우리답지 않게 격조를 챙겨 애매한 방향으로 갔다. 실수를 바탕으로 3편은 적당히 격 떨어지고 적당히 내러티브와 집대성을 가졌다. 시나리오가 가장 좋다. 무리 없이 4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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