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2 '8월의 악몽'…그룹·국가경제 운명 법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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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구·김지윤 기자
입력 2017-08-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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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이재용 유죄판결시 항소 불가피

  •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

  • -"산업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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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빅2'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례로 운명의 날을 맞이한다. 한 곳은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또 다른 한 곳은 통상임금으로 인한 법원의 판단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이는 비단 해당 기업뿐 만 아니라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숨죽인 삼성, 그룹 운명 가를 '세기의 재판' 앞두고 '폭풍전야'
25일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둔 삼성은 오히려 덤덤한 듯한 모습이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당시 삼성은 예상보다 높은 구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1심 선고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올 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는 24일 관련 팀을 중심으로 재판 일정을 공유하며 1심 선고 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 역시 유죄가 나올 경우 항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많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재판인 만큼 재판부도 선고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1심 선고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삼성 그룹의 주요 현안이었는지 판단하고, 이를 대가로 각종 지원이 이뤄졌는지 등을 따져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 등이 각각 뇌물 제공에 해당하는지도 판단하게 된다.

아울러 뇌물공여와 묶인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에 대한 판단도 뒤따를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국회 위증 혐의는 공소사실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역시 삼성의 1심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기업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부당한 요청을 거절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 부회장이 높은 형을 받는다면 향후 정부 협력은 물론이고, 기업이 각종 투자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한폭탄'된 통상임금, 메가톤급 후폭풍 올 수도
현대차그룹은 오는 31일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미래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통상임금 이슈의 방향성이 이번 판결을 통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소송은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이 지난 2011년 10월 통상임금 관련 집단소송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노조 측은 연 700%에 이르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단체협약 기준에 의해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기아차가 패소한다면, 청구금액과 이자를 포함해 약 1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소송 결과가 전 직원에게 확대 적용되면 3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럴 경우 분기 적자는 물론 연간 실적으로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유동성 위기까지 우려된다는 얘기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헤 2010년 이후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도 피해가 이어질뿐더러 수천개의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에도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아차는 국내 자동차생산의 37%를 차지한다. 1차 협력부품업체는 334개사이며,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면 30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기아차의 국내 매출액 31조6419억원 중 1차 협력사에 지급되는 부품 납품액은 16조7721억원으로 비중이 53%에 달한다. 당장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고용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승하면서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노사 간 임금협상을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느냐 여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야기할 소송이 차례로 열리는지라 서초동 쪽만 바라볼 판"이라며 "합리적인 사법부의 판단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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