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복지재원, SOC 줄이고 적자국채 발행으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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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08-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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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뼈깎는 재정 구조조정”…내년 427조 '슈퍼예산' 역설

  • 적자재원 20-25조 예상…정부 "세수 범위내 조달" 최종 조율

[김효곤 기자]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과 적자국채 발행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170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감당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SOC의 경우 지난해부터 복지예산 충당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매년 감소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두 자릿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정 효율성을 강조하며 복지재원 마련에 SOC 삭감이 우선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내년 역대 최고 ‘슈퍼예산’인데··· 허리띠 졸라매기 가능할까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뼈를 깎는 재정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예산집행 방식으로는 복지재원 조달이 쉽지 않다는 부분을 에둘러 표현한 대목이다.

또 지난 1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재정건전성 유지와 함께 재정지출 절감을 포함한 현실적인 재원마련 대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역대 최고 ‘슈퍼예산’ 편성이 점쳐진다. 지난 18일 당정협의에서 내년 예산안은 427조원으로 잠정 편성됐다.

이대로 내년 예산이 편성된다면, 올해 예산 대비 6.7%가 증가한 수치다. 역대 예산편성으로 봐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최대 폭이다.

이런 슈퍼예산 편성에도 정부는 재정지출 최소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는 정해진 예산 틀에서 과감히 버려야 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12개 분야별 예산을 들어다보면 줄일 수 있는 항목은 SOC밖에 없다.

김 부총리는 18일 현장방문 자리에서 “재정건전성을 위해 SOC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11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SOC뿐 아니라 여러 부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년 복지재원 조달의 한 축인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20조~25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세수가 늘고 있어 어느 정도 적자국채를 발행해도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초과 세수는 2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도 6월까지 전년보다 12조3000억원의 세수가 더 걷혔다. 이런 흐름이라면 25조원 수준의 적자국채를 발행해도 세수 범위 안에서 조달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 역시 적자국채 발행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단,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적자국채는) 현재 최종 조율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경상성장률을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세입 측면에서 올해 15조원 정도의 초과세수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런 세입과 세출의 조화를 통해 국정과제를 잘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점점 줄어드는 SOC 예산··· 복지와 천적 될까

우리나라의 SOC 예산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주요 지역 사업이 도로, 철도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SOC 예산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일반적으로 감소한 부분도 있지만, 복지재원을 마련의 희생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OC 예산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 전년보다 5.2%나 늘었다. 2015년에도 4.7% 증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4.5%, 올해 6.8%가 줄어들었다. 정부는 SOC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며 삭감 이유를 들었다.

2년 연속 삭감의 쓴맛을 본 SOC 예산은 내년에 두 자릿수 삭감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줄이겠다고 정부와 청와대가 못을 박았다.

SOC 예산 삭감은 이미 예견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SOC 삭감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며 꺼낸 카드가 SOC 삭감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SOC 투자 수요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꼭 복지재원 충당이 아니어도 막대하게 소요되는 덩치 큰 SOC를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지난 2년간 자연스럽게 줄었다면, 내년 SOC 삭감은 복지재원 충당이라는 점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의도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반발이 상당하다. 국책 SOC 사업을 가져오지 못하면 대부분 민자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지역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핵심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유지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김 부총리는 "세출 구조조정을 위해 SOC 물적투자 부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SOC가 지역경제, 지역고용과 관련돼 있어 예산이 끝나더라도 공공기관 선투자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신경을 쓸 것"이라며 "SOC라도 안전 등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나 정책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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