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나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제대로 보답해야 '나라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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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08-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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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독립운동가,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8·15 경축사에서 광복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와 그 후손에게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명예' 뿐인 보훈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제대로 보답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라는 게 문 대통령의 굳은 소신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맨 앞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이용수(89) 할머니와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이인우(93)·최장섭(92) 할아버지의 자리를 마련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1940년 중국 헤이룽장성의 위안소로 끌려가 만주·베이징에서 고초를 겪고 해방 뒤 귀국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944년 동네 언니들과 함께 일본 군인에게 끌려가 타이완 신죽에 있는 일본 가미카제 부대 '위안소'로 보내졌다. 피해자들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옆자리에 앉아 경축식을 지켜봤다.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맨 앞줄에는 박유철 광복회장과 광복군동지회장, 독립유공자협회장, 순국선열유족회장, 서상교 애국지사, 오희옥 애국지사 등이 자리했다.

국민의례는 '올드랭사인' 가락에 맞춰 독립군이 불렀다던 옛 애국가를 오희옥 애국지사가 무반주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옛 애국가가 끝나자 오 지사와 육·해·공군 의장대원들의 선창에 따라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4절까지 애국가를 제창했다.

문 대통령은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체포돼 고초를 겪은 고(故) 윤구용 선생 등 순국한 독립유공자 5명의 가족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청와대는 이번 독립유공자 포상시 기존 방식과 다르게 돌아가신 분께 직접 포상한다는 의미를 살려 '추서판'에 훈장을 직접 걸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의사 이태준 선생과 기자 장덕준 선생,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과학자 김용관 선생,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 등 독립운동가 5인을 직접 호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안동 임청각'의 현재 모습에 우리나라 보훈의 실태를 빗댔다.

99칸의 저택이던 임청각은 일제의 보복으로 반 토막이 났으며 집 한가운데로 철도가 관통하게 됐다. 임청각은 광복 72주년을 맞이한 오늘날에도 제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친일청산의 의지는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적폐청산과도 맥이 닿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공약집 첫머리에 '적폐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다”며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말했다.

또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다”며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이제 고령이 되신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며 “살아계시는 동안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다. 참전명예수당도 인상하겠다.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고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 중 생활이 어려운 자녀(3564명)·손자녀(8949명)에게 소득구간별 차등(기준중위소득 50% 이하와 70% 이하)으로 매월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세부 이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과 관련,  "재직기간 차등을 폐지하고 유족가산제를 신설하는 등 유족연금과 사망보상금 지급수준을 상향하는 '군인재해보상법', '공무원재해보상법' 등 법률 제정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례의전과 묘지안장 등 마지막 예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향후 '국립묘지 안장시설 6만기'를 신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유공자 고령화로 인한 안장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또 유해 안장식의 품격 제고를 위해 대전현충원 의전단 인력을 30명에서 35명으로 증원하고, 국립호국원 의전단 17명을 신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외 독립유공자의 유해봉영식 의전을 격상, 독립유공자의 마지막 예우까지 국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지사 김용환을 주제로 한 '아버지, 나의 아버지' 공연을 보던 중 붉어진 눈시울 주변의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끝나자 경축 공연이 이어졌다. 파락호(破落戶·재산이나 세력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 행세를 하면서도 실제로는 독립운동 자금을 댄 김용환 선생의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꾸며냈다. 문 대통령 내외와 상당수 유공자 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공연을 지켜봤다.

한편, 문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건국일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진정한 광복은 외세에 의해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며, 진정한 보훈은 선열들이 건국의 이념으로 삼은 국민주권을 실현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준비하자. 그 과정에서 치유·화해·통합을 향해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결산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며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고,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이라며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지난 100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100년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의 새로운 정책 기조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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