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투기꾼 쫓다 실수요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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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7-08-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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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부동산대책이 나오면서 서울 주택시장은 '그로기' 상태에 빠져버렸다. 특히 휴가 시즌이 절정이던 8월 초 갑작스럽게 대책이 발표되면서 전문가들조차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번 8·2부동산대책에는 청약과 대출, 세금,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등 정부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이 포함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항상 타깃이 되는 강남3구는 물론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으며, 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구가 투기과열지구와 더불어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됐다.

대책 중 서울 11개구의 투기지역 지정과 양도세 중과 등은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을 한참 뛰어 넘는 규제이다. 앞서 발표된 정책들과 비교해 대책이 나오자마자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작년 11·3대책과 최근 발표됐던 6·19 대책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처럼 효과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다만 이전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무게중심이 수요 억제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본래의 목적인 집값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애꿎은 실수요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바람대로 대책으로 인해 거품과 투기를 거둬내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긍정적 효과만 나타난다면 더할 나위 없다. 3.3㎡당 5000만원을 육박하는 분양가의 주택이나, 국민주택 규모로 불리는 전용면적 84㎡형의 아파트값이 10억원이 넘어가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서 보기엔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과도하게 올라갔다고 느껴지던 서울 아파트값이 하향 평준화되면 무주택자 입장에선 지금보다 양질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은 복잡한 셈법이 작용해서 문제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과 대규모 입주물량 등 악재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번 대책처럼 강력한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적용될 경우 집값 하락 장기화에 따른 미분양 양산과 입주대란, 전세대란 등의 후폭풍이 따라 붙는다.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 불균형도 더 심각해지면서 실수요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향후 민간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신규 아파트 등 양질의 주택 집값은 올라가는데 20년 이상된 주택은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상품별 불균형도 나타날 수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 물량의 축소로 인해 해당 지역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 대책의 영향으로 예정된 사업지의 분양을 재검토하는 건설사도 나타나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후 건설사들이 연내 분양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한 사업장이 7개 단지, 총 6750가구에 달한다. 주택시장 찬바람이 거세질 경우 분양 연기와 포기 사업장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냉·온탕식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혼란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집값이 오르면 규제책이 나오고,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 규제를 푸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을 활용하는 주체가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이었다는 점이다. 집값 하락기에 집을 사두고, 활황일 때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셈법은 자산가에게만 통용된다. 이미 상승한 집값을 잡겠다고 제시되는 정책은 '집값 안정화'보다는 '이미 상승한 가격대의 안정적 정착'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수요는 인구와 경제여건 등을 따라가게 마련인데, 이를 억지로 낮춰봐야 얼마 안가 그 약발은 떨어지게 돼 있다. 시장 안정화의 근본적 해법으로 수요가 몰리는 일부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적극 공급해야 한다는 업계와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정부는 귀담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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