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700점대에 어학연수·인턴 경험 없이 취업…블라인드 채용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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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7-08-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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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는 토익 700점대에 어중간한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학연수나 인턴 경험도 없습니다. 한국방송진흥공사(KOBACO·코바코)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스펙보다는 사고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윤슬기 코바코 신입사원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7층에서 열린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현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 중인 공공기관과 이 제도를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이 총리를 비롯해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곽성문 코바코 사장, 유재영 한국철도공사 부사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각 회사의 신입사원들이 자리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지원자들이 직무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입사지원서에 출신지·가족 관계·신체적 조건·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사항을 기재하지 않는다.

이날 참석한 신입사원들은 블라인드 채용 과정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지웅 코바코 사원은 “민간기업 취업을 준비할 때는 스펙이 많이 중요해서 점수를 높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다”면서 “코바코는 서류에 어학점수와 같은 스펙이 들어가지 않고 직무 관련 활동만 기재하도록 돼 있어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허도담 예금보험공사 신입사원은 “민간기업에서 면접에 들어가면 학교·학력·어학점수·나이 등에 대한 질문이 많다”면서 “예보는 (면접관들이) 의사소통 능력이나 직무 경험에 집중해서 물어봐 주셔서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양성은 코바코 신입사원은 “저는 비(非)상경 문과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제가 쌓을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며 “블라인드 채용에선 성별이나 스펙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제가 뽑힐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서양에서는 ‘내가 무슨 일을 한다’는 두이즘(Do-ism)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동양, 특히 한국 사회는 ‘나는 뭐 이다’라는 비이즘(Be-ism)으로 평가한다”면서 “블라인드 채용은 비이즘에서 두이즘으로 전환될 수 있는 큰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영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은 “코레일은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지원자 전원이 필기시험을 보는데, 약 3만~4만 명의 응시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인력이나 장소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부문에 한정해서 시행되고 있는데 민간기업까지 확산돼야 한다”며 “민간 기업의 채용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좋은 제도라는 것은 다들 인식하고 있다”며 “민간기업까지 확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우선 공공기관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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