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사실은 불행한 나라, 부탄의 행복마케팅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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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
입력 2017-08-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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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의 인도 인부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집과 마을이 불타고 고문을 받고 네팔로 추방된 부탄 난민, 즉 ‘롯샴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부탄의 왕과 공무원이 떠드는 '행복한 나라'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려주면 오히려 '왜 작은 나라 욕이나 하느냐'고 말하는 한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일제의 위안부 만행을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 또는 '일본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고 말하는 부탄 사람이 있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011년 11월 15일 부탄의 왕축 국왕부부가 신혼여행차 국빈자격으로 일본을 찾았다. 부탄의 롤모델은 어디일까? 부탄의 국가개발 지침인 국민행복지수(GNH) 및 부탄의 개발에 크게 기여한 사람이 바로 농업전문가 故 니시오카 케이지라는 일본인이다.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일본의 진실한 반성 없는 뻔뻔한 과거사 세탁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네팔계 힌두교도 롯샴파들이 사는 옆마을에 불이 난다. 종교와 언어가 다르다고 항의하는 부탄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추방하는 부탄 군인들을 본 마을의 불교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디 잡혀 가면 변호사조차 부를 수 없다는 부탄인들에게 군인이나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은 어떤 존재일까? 부탄에는 변호사 제도가 없다.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몰래 사형을 당해도 모르는 곳이다. 그런 부탄에서 집단내 분쟁 등은 재판소가 아니고 수장이 조정에 나서고 그 정점에는 왕이 있다. 그런 부탄에서 공무원이 직접 행차해서 “행복하냐?”고 질문하면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왕궁 등의 검색대에서 일하는 경찰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201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242만원)에 불과했지만 그 해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14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나라가 부탄이다. 무려 100명의 국민 가운데 97명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우리 유신이나 군부독재시절에도 변호사는 있었지만 사법질서는 매우 위협받았다는 점을 기억해보면, 부탄 현실의 일면이 조금은 상상될 수 있지 않을까? 부탄의 왕이나 귀족, 부자가 아닌 난민과 서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는 부탄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부탄의 인권도 나아지고 언젠가 신앙과 언어의 자유도 보장될 가능성이나마 생길 수 있다.

부탄은 2008년 개정된 헌법 이래 기존 법과 달리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타 종교에 대해서는 전혀 관대하지 않다. 22개 언어와 여러 민족이 섞여있는 부탄이지만, 부탄정부는 ‘단일 언어, 단일 종교’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는 듯하다. 종교의 자유를 갖지 못한 국민들조차도 “행복하다”고 대답했는데 당신은 이 말이 정말 진실로 느껴지는가! 부탄의 학교에서는 하루 일과 시작 전 30분간 국가이념과 정신문화(불교)교육을 한다. 우리나라 일부 기독교 학교에서 하는 채플과 무엇이 다른가?

부탄의 6월부터 8월까지는 몬순(우기)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이 계절에 굳이 수교 30주년이라며 생색을 내며, 여비를 반값으로 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이 기간에 부탄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부탄 왕과 정부는 수교를 기념해 우리 국민에게 낮은 등급의 호텔이나 저질의 식사를 대접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1991년부터 2015년간 총 541만불로, 연간 지원 규모는 평균 21.6만불을 무상원조한 우리나라에게 지금도 많은 부탁을 하면서 할 일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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