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 “사람 중심의 예술경영, 지속 가능하도록 토양 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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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7-08-0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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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저소득층 관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연 구성해야

  • 예술 경영도 결국 사람 간의 화합으로 이뤄져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달 2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마포문화재단의 지난 10년과 남은 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어느 분야에서든 10년이 주는 의미는 크다. 10년 전 우리나라 기초문화재단들이 설립됐던 태동기에 마포문화재단도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 재단의 콘텐츠나 지향점, 향유 계층의 영역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10년의 발전도 중요했지만, 앞으로의 10년을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달 2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포구민들의 원활한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설립된 마포문화재단이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홍익대, 서강대 등 대학가를 끼고 있는 마포구는 단독 가구 세대 비율이 45%에 달할 정도로 젊은 층 싱글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로 인한 문화 수요 역시 다른 지역구보다 높다. 마포문화재단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창기 대표이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중산층, 저소득층 관객 모두 잡아야 해

과거 구시가지가 많았던 마포구는 최근 새로운 아파트와 함께 신흥개발단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새로운 중산층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저소득층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마포구 내 문화생활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마포문화재단의 기능이 중요한 셈이다.

이창기 대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관객을 모두 잡는 것이 숙제다. 중산층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고급 공연이나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뿐 아니라 문화 소외 계층이 누릴 수 있는 저렴하면서 일상 속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데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성과 예술성 사이의 딜레마도 빼놓을 수 없는 고민이다. 공공기관인 만큼 지역 주민들의 재미를 위해 대중 공연 위주로 라인업을 짜다 보면 예술성을 놓치기 쉽고, 예술성을 좇다 보면 지역 관객과의 괴리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연장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악기다. 확성이 잘 돼야 공연이 가능한데, 클래식, 오페라, 발레 같은 장르는 전문 공연장 아니면 하기 어렵다”면서 “대중 공연이나 관객몰이에 좋은 것들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순수 예술의 육성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런 기초 예술이 토대가 돼 케이팝도 만들어지고 대중예술도 발전한다. 지역문화재단이 이런 선순환 구조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관객과 예술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명확하다. 구민들이 예술인들이 진행하는 합창단이나 연극, 무용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잠재적인 문화 수요층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예술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인 셈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공연예술상품은 철저한 경험재적 상품이다. 경험하지 않고 선뜻 비싼 비용을 지불하기 쉽지 않다”며 “지역문화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잠재 관객이 충성 고객이 되고, 예술인들에게도 작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예술 경영도 결국 사람이 중요

마포문화재단 직원들은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출근 전 모여 합창 연습을 한다. 직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데, 몇 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실제 공연으로 올려 뜨거운 반응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예술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람인 것 같다. 시설, 공연, 행정, 회계 등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함께 일하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다들 개성이 강하다 보니 항상 시끄럽다. 수직적 조직이 아니란 점에서 창의적으로는 장점이지만 마찰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화합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바로 자긍심이다. 자기 자신이 월급쟁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기관에 자존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역설했다.

그는 “직원들 간의 화합이 이뤄져야 관객들의 세심한 요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이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다. 직원들의 열정, 창의, 화합만큼은 놓칠 수 없는 예술경영 가치관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10주년 기념 위한 다양한 문화 행사 준비

오는 9월에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도 준비 중이다. 메인 행사로는 9월 7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창립기념식을 통해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비전2020’ 선포, 유료회원 및 후원회원제 론칭을 진행한다. 이날 저녁에는 가수 장사익, 첼리스트 송영훈, 남성5인조중창단 유엔젤보이스, 와이즈발레단,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하는 축하 공연 ‘헌정’도 연다.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베토벤 서거 190주년 특별기획’의 일환으로 상반기에 백건우, 트리니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아트홀맥을 찾았고, 9월부터 12월까지는 노부스콰르텟, 임지영&임동혁, 트리오 반더러, 프라하첼로콰르텟 등이 순차적으로 아트홀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10주년 기념 제작 발레 ‘지젤’은 9월 15일~16일 아트홀맥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다.

전시프로그램으로는 9월 한 달간 갤러리맥에서 진행되는 ‘팝아트 특별전’과 9월부터 석 달간 야외 광장에서 열리는 ‘아트스퀘어 마포–야외조각전’이 준비된다.

이 대표는 “10주년의 기본 취지는 자축의 의미도 있지만 마포구민들에게 마포의 문화적인 거점, 문화적인 수혜를 알리는 것이 큰 목적”이라며 “10년이 됐지만 기초 지역 문화재단뿐 아니라 광역 단위의 문화재단의 역사나 인지도도 외국보다 뒤처진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사람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문화예술기관이 갖춰야 할 보편타당한 프로세스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이다. 지속가능한 예술경영시스템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안정적인 활동과 문화적 향유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자 목표다”라고 말을 마쳤다.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 이사

△1959년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예술경영석사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 박사 수료 △세종문화회관 본부장(1999~2011)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2011~2015)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2015~) △現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現 (사)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서울․인천지회장 △現 (사)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부회장 △現 (사)한국문화경제학회 부회장 △現 (사)이데일리 선현문화나눔협회 부회장 △現 (사)한국예술경영인협회 이사 △現 (사)한국발레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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