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조작' 사과했지만 "몰랐다"는 안철수…정계은퇴 질문엔 즉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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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
입력 2017-07-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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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수경 기자 =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정의로운 나라 만들겠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쓴 글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두 달 후 안 전 대표는 '반칙'으로 정치입문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약 보름간의 침묵 끝에 12일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요지를 요약하자면 사태에 대한 사과와 당분간의 자숙, 수사에 대한 협조다. 

일각에서 거론돼 온 '정계 은퇴' 가능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당분간 정계와 거리를 두고 상황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당 상황을 보며 재기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안 전 대표는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안 전 대표의 입장표명이 너무 늦어진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왔다. 결국 이날 새벽,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후에야 안 전 대표는 대중 앞에 섰다.

그는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심정을 전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한 존중의 뜻을 밝히며,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은 검증 부실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결국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 선거에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제 한계고 책임이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안 전 대표의 회견을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는 그의 '거취'였다. 정계은퇴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한 질문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 "당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당분간 '정치적 동면'을 택했지만 상황을 살펴보며 재기의 시기를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그는 "저는 항상 책임져왔던 정치인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과거)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도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고, 작년 리베이트 조작 사건에서도 무죄를 알고 있었지만 당을 구하기 위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고 강조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최후적 방어수단으로서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비판은 따르겠지만 강한 반성과 책임을 표명한만큼, 이를 통해 오히려 지지층 결집과 야당의 단합을 도모하는 반전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힘겹게 만든 다당체제를 유지해달라"며 당에 대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배 본부장은 "호남과 중도층이라는 국민의당 지지기반이 사라지면 안 전 대표의 재기도 어렵다"면서 "당에 대한 읍소는 당 지지율이 그라운드 제로 상태로 가는 데 대한 방어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회견과 관련해 '뒤늦은 사과'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적하며 앞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의 ‘대선 공작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난 지 16일째, 안철수 전 대표가 입장표명을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밝혔다. 

다만 백 대변인은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사과 시기를 놓쳤다’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이 사건에 책임 있는 대선 후보로서 ‘뒤늦은 사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의문"이라며 "안 전 대표는 ‘당내 시스템의 부재로 기인한 일’이라고 하였지만, 40석의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진정 국민들에게 사과를 한다면,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즉각 국회 보이콧을 풀고 ‘일자리-민생 추경’, 정부조직법 개편 등 국회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성찰의 출발임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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