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FTA 재협상 발언에 긴장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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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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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부 발언에 당혹…“공식 채널 통해 진의 파악”

  • 한경연, 재협상하면 5년간 최대 19조원 수출 손실

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종료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식을 접하자 공식채널을 통해 진의를 파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끔찍한(horrible)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terminate)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 FTA를 재협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차례 꺼냈지만, 종료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산업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업부에서는 아직 정확한 통보나 움직임이 없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형환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양국 통상당국 간 수차례 만남이 있었지만 한·미 FTA 재협상이나 종료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도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할 수 있다. 양국 협의가 필요한 재협상과 달리 미국 의지만으로 한·미 FTA 종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 취지와 배경 등 구체 사항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한 만큼, 앞으로도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며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미국 측에 설명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0일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돼 관세율이 새롭게 조정될 경우, 우리나라에 앞으로 5년간 최대 170억 달러(약 19조4000억원) 수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 미국이 관세율 재산정을 통해 적자폭을 2012년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켜 나갈 경우(시나리오 A)와 관세 철폐 기간을 앞으로 5년간 지연하는 경우(시나리오 B)로 나눠서 효과를 분석했다.

시나리오 A는 한·미 FTA 체결 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증가액이 연평균 2억 달러 이상인 자동차, 기계, 철강 산업에 한정해 관세가 조정된다는 가정이다. 시나리오 A가 현실화되면 이 3개 부문 국내 산업 수출손실이 최대 17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수출 101억 달러, 일자리 9만명, 생산유발 28조원, 부가가치유발 7조원 등 손실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 B는 자동차, 기계, 철강, 정보통신기술(ICT), 석유화학, 가전, 섬유 등 7개 주요 수출산업을 분석 대상으로 잡았다. 수출손실액은 총 66억 달러로 예상했다. 일자리는 총 5만4000개가 감소하고 생산유발 손실액은 16조원 수준이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한·미 FTA가 개정된다면 시나리오 A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한국 다국적기업에는 미국 기업과 같은 수준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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