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상도의(商道義)도 무시하는 '장사의 달인'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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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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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경제부 기자[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BBQ가 지난 10일 치킨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로 국민의 온 신경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쏠린 날이다. BBQ 입장에서 2017년 3월 10일은 치킨 가격을 올리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가격인상 이유는 석연찮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고기 값이 상승한 데다 인건비와 임차료, 원부자재 비용 등이 올라 치킨 가격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배달앱 수수료도 뛰어 부득이 치킨 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20% 안팎이다.

BBQ는 사육농가와 연간 계약을 맺어 일정한 가격에 안정적인 닭고기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닭고기 가격이 급등락해도 치킨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BBQ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BBQ는 특히 배달앱 수수료를 가격인상 요인 중 하나로 꼽았지만, 거짓이다. 배달앱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은 2015년 8월부터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

당시 배달의 민족은 결제 수수료를 가맹점주로부터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지만,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준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돼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BBQ의 거짓말로 분통이 터진 배달의 민족은 지난 15일 배달앱 수수료와 관련, 반박 보도자료를 내는 등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인상 소식에 정부도 발끈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올리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초강수에 BBQ는 언론플레이를 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BBQ는 비판적인 여론에 못 이겨 5일 만에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BBQ는 가격인상을 생각하기 전에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마케팅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BBQ는 마케팅 비용으로 연 평균 100억원 이상을 쓴다. 여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약 10배나 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면 치킨가격을 낮출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가격인상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상도의(商道義)를 헌신짝 취급하는 기업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기업은 가격 인상에 앞서 합리적인 근거를 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비자의 거센 저항만 불러온다는 것이 이번 BBQ 가격인상 파동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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