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녹색위기'…중국이 직면한 최악의 색깔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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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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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선진국이 아닌 까닭 "물 때문이야"

  • 심각한 수질오염…지하수 80% 오염, 인구 9억명이 '오염물' 음용

  • 마오쩌둥 '대약진 운동'때 파괴된 삼림…개혁개방으로 환경오염 가속화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

중국은 지금 다섯 가지 '색깔 위기'에 처해 있다. 백색(마약), 황색(성범죄), 흑색(조직폭력), 청색(해양영토 분쟁), 홍색(공산당 부패)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섯 색깔 위기를 훨씬 초월하는 '제1의 색깔 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녹색 위기', 즉 환경 위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사실 2000년에 개최됐을 수도 있었다. 1993년에 중국정부는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신청했으나 단 2표차로 시드니에 석패했다.(1)* 중국이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던 최대 이유는 베이징의 심각한 환경오염 때문이었다.

2016년 중국은 구매력 기준 GDP, 수출총액, 외환보유고, 외자유치액, 에너지생산액, 에너지소비액, 고속철 총연장, 고속도로 총연장 등 세계 1위라는 주요 경제지표 8관왕을 차지했다.

국제연합(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미국·러시아와 함께 3대 핵강국이면서 2020년 달나라 착륙목표의 유인 인공위성을 몇 차례나 쏘아 올린 중국은 이제 국제정치, 군사, 우주과학 대국이자 세계 톱클래스의 경제통상대국이 됐다.

반면 이처럼 여러 종목에서 취득한 A+학점 성적과는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중국의 환경분야는 D학점 받기도 과분할 만큼 세계 최하위를 다투고 있다.

중국이 강대국이 될지언정 선진국이 되기는 요원하다는 시각도,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쓰레기장이라는 막말을 듣는 이유도,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은 한국에 뒤쳐져있다”는 착시현상에 빠지게 만드는 까닭도, 모두 열악하기 짝이 없는 중국의 환경상황이 그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질 대기오염의 확산과 자원고갈, 도시쓰레기와 소음, 생태환경의 악화, 사막화 현상(2)* 등 중국의 환경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분야는 무엇일까?

중국의 환경오염의 최악 하면 으레 황사가 연상돼 대기오염을 떠올린다. 아니다. 수질오염이다. 중국의 수질오염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매일 스모그 낀 대기 오염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수질 오염에 대해서는 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수질 오염의 정도는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다.

◆ 지하수 80%가 심각하게 오염

최근 몇년간 중국 전역에는 상태계 파괴와 관련한 각종 괴질이 발생하고 있다. 산시성 어떤 마을은 딸만 낳는다 해서 ‘공주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지 오래다. 과학자들이 여러 해 동안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공주국’ 한가운데를 뚫고 흐르는 개천의 상류에 있는 아연광의 카드뮴 때문임을 밝혀냈다.

성인남자가 카드뮴이 과량 함유된 지하수를 오랫동안 마시면 정자의 활동능력이 감퇴하는데다가, X염색체 정자의 저항능력이 Y염색체 정자보다 강해 난자와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져 결국 딸만 낳게 된다는 것이다. 수질 정화처리를 하고 나서부터는 이곳의 여자아이만 낳는 상황은 많이 개선됐다.

중국 수리부는 2016년 전국 2103개 지점에서 지하수를 감측한 결과 4급수가 32.9%, 5급수가 47.3%. 즉 80%의 지하수가 심각한 오염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약 2억8000만 중국인이 오염된 식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 1억 명은 극약과 다름없는 비소·불소화합물에 오염된 물을 섭취하고 있다. 지하수 수질 오염 뿐 아니라 난개발로 지하수 저장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중국 수리부 중국환경상황공보 참조).

◆ '오염물' 마시는 중국인 9억명

"1960년대는 쌀을 씼었대요, 70년대는 빨래를 했고요. 80년대는 물이 썩어들더니 90년대는 물고기 등이 굽었지요. 2000년대는 사람들의 뼈마디가 썩어 들어가네요."

요새 중국의 화이허(淮河)강 유역에 유행하고 있는 노래 가사다.  

창강(장강) 이북의 하천 중 오염되지 않은 강은 이미 찾아볼 수 없으며 전국 60개 주요하천 주변의 48개 도시는 극심한 '환경병'을 앓고 있다. 9억명의 중국인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주요 하천의 80%에서는 어류 생존이 불가능하다. 중국의 지표수의 약 3분의 1은 사람이 직접 접촉조차 해서도 안 된다. 68종의 항생제 및 90종의 비항생제성 약품성분 세계 최고로 높은 수치인 독극물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공장 폐수로 강물이 죽어가고 도시의 공기는 극도로 오염됐다. 매년 약 450억t의 폐수를 호수나 바다로 흘려보내는데 그중 9%를 정화처리하지 않고 있다.

◆상하이에는 바다가 없다

상하이(上海)에 하면 으레 그 지명에서 푸른 물결 넘실대는 망망대해를 연상한다.

상하이에 거주한 지 몇 달이 지났을때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필자는 눈물이 날 지경으로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어느 주말, 짬을 내어 한 시간 이상 상하이 남쪽 끝 바닷가로 급하게 차를 몰았다. 이윽고 낯익은 갯내음이 물씬 코끝을 습격하자 필자의 가슴은 옛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그러나 두 눈에 비친 바다는 끝없이 광활한 무논에다 싯누렇고 붉은 흙탕물을 막 퍼질러놓았다고 할까.

거기에 비하면 우리 황해는 황해가 아니라 청해라고 불러야 할 것 처럼 맑고 푸른 편이었다.

‘바다는 맑고 푸르다. 동중국해는 탁하고 싯누렇다. 고로 동중국해는 바다가 아니다.“의 엉터리 삼단논법이라도 적용해 비난하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실망했다. 그후부터 필자는 상하이에서 바다를 찾는 한국 손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상하이에는 바다가 없다.”

비단 상하이 바다뿐만 아니다. 남중국해를 제외한 중국의 바다는 대부분 오염되어 있다. 발해와 동중국해, 황해 순의 해양오염은 모두 세계최고 수준으로 심각하다.

◆'대약진 운동'으로 파괴된 삼림

개혁개방 이후 중국정부는 매년 3월 12일을 식목일로 정해 부랴부랴 나무심기를 장려하고 나섰지만 ‘서산에 해는 곧 지려는데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식으로 산림녹화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과거 몇십 년 동안 중국인들은 벌목 다섯 그루, 식목 한 그루식의 매우 효과적인 산림파괴 작업(?)을 열심히 진행해왔다. 한 그루의 어린 묘목을 아름드리 어른 나무로 키워내려면 적어도 수십년, 심지어 수백년의 세월이 걸린다. 지름이 약 80㎝인 잣나무를 베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도끼 같은 원시적 도구로는 두어 시간이면 족하고, 전기톱 따위의 현대식 벌목기계로는 순식간에 수십 살, 수백 살의 거목을 끝장내버린다.

마오쩌둥 전 주석의 입에서 식량 자급자족과 철강증산을 목표로 하는 '대약진운동'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중국 인민들은 불개미떼처럼 일제히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나무만 보면 원수를 만난 것처럼 베어내고 수풀만 보면 빈대떼를 만난 것처럼 불살라버렸다. 그런 다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산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문신을 뜨듯 계단식 논을 만들어 올라갔다.

처음 몇 년동안 약간의 식량증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서자 큰물이 질 때마다 계단식 논은 무너져 내렸다. 그때 백절불굴의 노혁명가 마오 주석은 옛날 우공이라는 사람이 굳센 의지로 산을 옮긴 이야기, 중국식 ‘하면 된다’의 신화,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들먹이며 인민들에게 가열찬 혁명정신을 발휘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가학증(사디즘)적인 엄명과 인민들의 피학대증(마조히즘)적 복종에도 불구하고 분노한 장마철의 강물은 아예 산 전체를 데리고 어디론지 멀리 멀리 떠나고 말았다. 마오 주석이 야심차게 내건 두 개의 슬로건은 20여년 동안이나 중국을 멍청이로 만들어버렸다.

◆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파괴된 환경

마오쩌둥의 다음 시대에 등장한 덩샤오핑 등 개혁개방의 중국지도층도 역시 환경문제에 눈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환경을 파괴해갔다.

중화민족의 ‘어머니 강’ 황허는 잘못된 관개사업으로 만성적인 갈수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결국 1990년대부터는 물 부족으로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않은 사태까지 빚어졌다. 남쪽에 수재가 밀려오면 북쪽에는 사막바람이 몰아친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를 위하여 환경을 희생시켜도 문제없다는 조급한 경제발전의 욕구 과잉은 '개발이용 중시', '자원보호 경시‘와 ’경제효율 중시‘, 환경효율 경시 풍조’를 조장하게 되었다. 이는 다시 개발과 보전, 공익과 사익의 불균형 현상을 가져오고 결국 환경의 오염, 자원의 낭비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듯 대자연의 기세에 세계 최다의 인구, 아시아 최강의 정치·경제·군사 대국이자 세계종합국력 제2위 'G2' 중국은 맥을 못 추고 있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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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북한이 1992년 한중수교에 대한 보복으로 베이징에 표를 주지 않고 시드니에 표를 던졌다고 한다. 이는 중국인 민간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속설로 다수 중국인은 여전히 북한의 소행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2)*1980년대에는 매년 제주도 넓이만 한 약 2천㎢의 사막화가 진행되더니 2000년대 들어와서는 충청북도 면적만 한 7000㎢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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