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 정부 공공사업일까? 개인 수익사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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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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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휴수당 등 법정 수당 지급 둘러싸고 중개기관 vs 장애인 활동보조인 '법정공방'

  • 정부의 계속된 침묵과 방관, 기획재정부의 예산 미반영이 '국민적 갈등, 부추기는 꼴'

 ▲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활동보조인들과 법정 수당 지급을 둘러싸고 법정공방에 휩싸였다. 사업은 위·수탁하고, 합리적인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는 점에서 제도 재검토의 필요성이 다시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현기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정미정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이규석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이) /김기완 기자

아주경제 김기완 기자 = 중증장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보조인 제도가 시행된지 10년차. 법제정이 된지는 7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활동보조인들이 없으면 공동체 속으로 들어올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 그들은 그렇게 암흑속 음지에서 지내고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이 활동하기 위해선 활동보조인이란 결코 없어선 안 될 그림자 같은 존재인 것이다. 활동보조인들과 중증장애인들을 매칭해주는 중개기관인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의 한계가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법정 수당을 지급받기 위한 일부 활동보조인의 투쟁은 결국 중개기관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하는 등 법정싸움으로 비화돼 현재도 진행형에 있다. 전국의 활동보조인 파견 중계기관에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중개기관과 활동보조인들 간 법정다툼을 촉발시킨 동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법은 제정해 놓고 시행하면서 중개기관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을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했다는데 따른 것이다. 법제정 이전에 충분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민간기관에 위·수탁했다는 문제가 결국 정부의 '미필적 고의'에 따른 장애인 범죄를 양성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위·수탁받은 중개기관, 장애인 활동보조인과 어떤 관계인가?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수익 사업을 하지 않는 민간기관이다. 이 곳은 정부 보조금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일정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권익을 옹호하는 곳. 이것이 바로 비영리민간단체로 출범한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다. 이 같은 기준은 전국의 모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공통사항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보조인 제도가 지난 2011년 법제화 됐다. 중개기관으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 관련 복지단체들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된다.

이와는 달리 활동보조인 임금으로 지급되는 수가는 정부의 예산과 자치단체의 지원이 부족한 현실이다. 정부가 올해 활동보조인 중개기관에 지원하는 시간당 수 가는 9240원이다. 이 가운데 75%가 활동보조인들의 임금으로 지급되고, 중개기관이 운영비로 25%를 사용하고 있다.

즉,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정받은 중개기관인 것이고, 활동보조인은 이 중개기관을 통해 케어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과 매칭된다. 물론, 그에따른 활동보조인들의 임금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시간당 수가 9240원의 보조금에서 75%를 지급하고, 25%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통해 장애인들과 매칭된 활동보조인, 최현기 소장 왜 고소했나?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소속된 활동보조인 일부가 이 센터의 기관장인 최현기 소장을 고소했다. 요지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활동보조인(노동자)들의 법정 수당인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최근 청주지방법원은 최현기 소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에 대한 법정 수당 지급 책임이 사실상 정부가 아닌 위·수탁 지정기관인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현기 소장에게 있다는 법리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부분을 사업 수행기관의 대표인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현기 소장을 사업자로 판단, 책임을 묻고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소장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의 한계를 설명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소장이 법정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양형의 이유였다.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는 별도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는 활동보조인 중개기관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수익은 보조금에서 임금을 제외한 25%가 운영비다. 이 센터가 그동안의 활동을 실적으로 중개기관으로 지정됐다 손치더라도 별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각각의 기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여기에는 정부의 안일함도 한 몫을 차지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중개기관을 위·수탁 지정할 당시 이 같은 사태를 차제에 검토하고 타당성 조사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전국의 수 백여 장애인 단체를 중개기관으로 지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법적으로 정부에 책임을 전가 할 수 없다는 실정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개기관과 장애인 활동보조인 갈등은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부추기는 꼴'

 ▲ 최현기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현재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1일 <아주경제>를 비롯,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소장은 "정부의 잘못된 제도시행으로 장애인들과 활동보조인 간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제도개선이 어렵다면 활동보조인 수가 인상이라도 해야한다는 것이 장애인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기완 기자


지난해 활동보조인 예산은 올해보다 240원이 적은 시간 당 9000원이다. 전국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이 같은 해 여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낮은 단가 인상 등 제도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투쟁의 과정을 거쳐 240원을 인상 시켰다. 여기에는 지침이 따라붙었다. 인상된 240원 전액을 활동보조인들의 인건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운영비는 별반 달라진게 없었지만 활동보조인들의 임금은 시간당 240원이 인상됐다.

그러나 최현기 소장의 판결로 전국의 중개기관으로 지정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추후 항소심과 상고심, 행정소송 등이 남아있지만 이 기간 또한 칠흙같은 암흑의 시간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불편한 관계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뒤따른다. 중증장애인들에겐 활동보조인이 필요하고, 활동보조인들에겐 일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업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중개기관의 이 같은 민원을 자주 접해온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방관한다면 중개기관으로 지정된 전국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사업에 관여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활동보조인 제도가 상업화 될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일단 갈때까지 가보고 제도 시행이 어려워지는 최악의 순간에 정부가 보조금을 상향 조정시키는 카드를 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개기관과 장애인 활동보조인, 목적은 같지만 방법은 '서툴러'
활동보조인이라는 직업을 만든 사람도 장애인이었고, 활동보조인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장애인이었다. 활동보조인들이 자신들을 케어하면서도 낮은 단가를 지급받는 것을 알기에 늘 미안해 해야만 했던 사람도 장애인이었다.

반대로, 중증장애인들을 잘 케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며 늘 노심초사했던 사람이 바로 활동보조인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고소·고발 서류가 재판대 위에 올려졌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함께 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 어려움을 헤처나가는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관계가 악화된건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정부였다. 활동보조인 사업 수행과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낮은 단가를 책정해 위·수탁 지정을 통한 책임 회피라는 시나리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주장했지만, 정부 예산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중개기관과 활동보조인 간 갈등이 표면위로 나타났고, 바로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그 대상이 됐다. 생업으로 중증장애인 케어 업무를 하는 일부 활동보조인이 정부가 아닌 중개기관에 근로기준법에 맞는 처우를 요구하면서 법적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공동체 생활을 독려하기 위해서 정부가 활동보조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취지가 배치되는 결론이 속출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관련 단체들도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현기 소장은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에게 합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수가 인상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해주길 간곡히 바란다"며 "중증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활동보조 사업을 법제화 시켰고, 국가사업으로 정부가 주도했으면 국민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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