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도심 촛불집회가 뒷말을 남기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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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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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 강승훈 차장

[사회부 강승훈 차장]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벌써 5개월 전의 일이다. 지난해 9월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가 잠이 든 새벽 시간인 탓에 정작 세입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렇게 화마의 손길이 더욱 퍼져나가고 있을 때 여기저기 방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불길 속으로 뛰어든 그림자는 20대 청년의 것이었다.

먼저 자리를 피했다가 잠든 이웃들에게 급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주민 모두가 대피하는 사이 정작 자신을 챙길 겨를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 20대는 건물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이야기를 접한 이들은 안타까움에 누구나 할 것이 눈시울을 적셨다. 불길 속에 쓰러진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씨의 사연이다.

우리사회는 요즘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만연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에서 내가 우선시되는 게 지금의 모습이다. 연장선에서 혼자의 편리함을 지나치게 추구하며 공동체나 국가·사회는 철저히 외면된다. 이런 이면에 대표적으로 '초인종 의인'과 같은 드러나지 않은 선행이나 묵묵히 봉사하는 숨은 일꾼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근 대한민국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작년 연말에 누적 참가자 1000만명을 육박하고, 갈수록 불씨가 사그라들긴 커녕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암흑 같은 세상이 나가야 할 길을 밝히고 있다', '평화집회로 정착되면서 시민의식도 함께 성장했다' 등의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이런 일정이 4개월째 이어지고, 심지어 주말엔 밤을 지새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상을 되찾는다. 전날과 달리 깔끔해진 거리에서는 평온함까지도 느껴진다. 이처럼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며 정착 중인 시대상에 누구라도 박수를 보낸다.

인파 체증과 수북했던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도시를 미화시키는 일손들이 있어 알리고자 한다. 바로 지방공무원이다. 사전적 의미로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공공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다. 이때 사무는 행정뿐만 아니라 지금의 환경을 정화시키는 궂은 일도 포함한다. 비록 담당부서에 국한되지만 이로 인해 도심집회가 한층 뒷말을 남기지 않는 듯 싶다.

서울시는 주최 측 추산으로 누적 910만여 명을 기록했던 2016년 12월31일까지 총10차 기간 수거한 쓰레기의 양이 729톤이라고 파악했다. 광화문광장 주말 집회의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1인당 3.2㎏ 수준이었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L 규모로 따졌을 땐 개인이 10차례 현장에 나와 종량제봉투 3~4장을 채운 셈이다.

광화문·서울광장을 포함해 대한문 앞과 보신각 일대 투입된 청소인력이 2500여 명에 압축수거차, 순찰차 등 장비 260여 대가 밤샘 구슬땀을 흘린 덕분이라 보여진다. 일례로 2016년도 마지막 날에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정리가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장장 15시간 계속됐다. 종로구와 중구에서 각각 직원이 240명, 30여 명이 두 팔을 걷었고 자원봉사자도 거들었다. 시 차원에서도 생활환경과를 주축으로 힘을 보탰다.

여전히 아쉬움도 있다. 일부 거리가게에서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물을 조리해 기름이나 양념 등이 오랜 불쾌감으로 남기도 한다. 그들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면 비난할 가치도 없겠지만 기본적인 상식을 갖췄다면 스스로 얼굴 붉힐 것이라 생각해본다. 각박한 도시에 사는 우리들이지만 고 안치범씨나 도심집회 현장에서 쓸고 닦는 공무원들처럼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이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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