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올림픽 개최지 '평창'의 아름다운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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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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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전 세계가 화합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500일도 남지 않았다. 개최지인 강원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인의 축제마당이 될(되어야 할) 올림픽이다. 강원도민이 하나가 돼 염원하던 올림픽을 삼수 만에 우리가 개최하게 된 것이다. 개최지는 평창군을 비롯한 정선군, 강릉시 세 시군이다. 각기 다른 모습과 특색을 보이고 있기에 '삼시삼색'(三市三色)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해바다의 관문 강릉에서 들리는 단오절 오독떼기 노래는 사람을 이어주는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이다. 강릉아리랑이라고 하는 오독떼기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정선아리랑 그리고 무대극화를 준비하고 있는 평창아라리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전통 마을 주변에는 '과줄'이라고 하는 우리 한과(무형문화재)를 특성화한 하평답교놀이의 본고장 사천면 한과마을, 어른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도배례를 올리는 성산면 위촌리 구정마을 등이 있다. 마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각각 연대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특히 단오절 주요행사인 길놀이 축제 때는 다른 마을은 저리가라며 옥계면의 주민 200여 명이 나타난다. 마을마다 20∼30명이지만 단오절에 헤쳐모이면 300여 명이 되는 주민자치단체 강릉농악보호회의 풍물대와 관노가면극 거리퍼포먼스 모임 등이 그것이다. 강릉 구정면에는 무형문화재 학산오독떼기라는 강릉 아라리를 전수하는 전수회관이 신라 이래의 역사적인 선종의 주요사찰 굴산사지 옆에 있다. 그리고 강릉의 중앙·성남·남부시장, 명주동 대도호부 관아 프리마켓과 야시장 등의 마켓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석탄을 나르던 아리랑열차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는 정선 군민들은 시장과 탄광에 맛과 멋을 입히고 있다. 함백산 탄광 자락에 있던 지금의 '삼탄 아트마인'의 탄광에 미술관과 고급레스토랑을 입혔다. 석탄을 나르던 열차는 새로 ‘관광’을 입힌 정선 아리랑열차(A-train)로 바뀌었다. 이 열차로 당일 여행이 가능해진 정선5일장(메나리 공연 포함)을 비롯한 아리랑(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 인형극 포함) 축제는 주말에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세 지방자치체 가운데 평창군은 상대적으로 다른 두 군에 비해서 지금까지 문화적으로 소외돼 온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강릉 단오제나 정선 아리랑에 비해 뚜렷하게 알려진 문화유산들이 적다. 문화유산이 없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내에 그 흔한 박물관조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더욱 평창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정선 아리랑, 강릉단오제 외에도 평창군에는 미탄 아라리를 비롯하여 황매산 사냥놀이, 둔전평농악 등의 민속문화유산이 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으며, 이와 같이 동계올림픽을 스포츠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켜 강원도의 미래지향적 문화발전에 공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알려지지 않은 강원도, 특히 평창군의 공동체 문화의 새로운 발굴과 조명을 통해서 지역 정체성 형성과 지역문화의 세계화라는 글로컬리티(Glocality)에 공헌하는 길이 될 것이다.

오대산 문화권의 중심인 평창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 일심동체로 하나가 된 공동체이다. 가수 김태원의 지도로 밴드를 구성해 전국 공연을 하는 원미초등학교와 ‘Happy tour’를 모토로 마을 울력행사를 통해 9∼10월 꽃축제를 여는 봉평체험마을, 폐교직전의 계촌초등학교를 되살려 전교생을 오케스트라 단원화한 방림면 계촌클래식마을, 향초·비누·치즈·코뚜레 만들기 체험으로 매년 관광객 6만명 가운데 5만명이 외국인인 황병산 사냥놀이의 본고장 대관령 바람마을, 야외 땅속·쏙·약초·오리·닭을 집어넣으면 다 요리가 되는 삼굿구이의 본고장 봉평면 육포3리 수림마을과 전국유일 오감만족페스티발로 팝콘을 불 가마솥에 굽고 연기로 따뜻해진 구들에 그냥 앉아서 엉덩이를 지지는 농진청 지정 전통테마마을 용평구들학교 등 이미 알려진 문화마을공동체가 소재하고 있다. 송어와 평창아라리로 유명한 미탄면의 면민주식회사도 전국적인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특히 봉평은 신규 식당 등은 너와집이나 초가집으로만 만들게 하는 주민자치로 아케이드화를 하지 않는 문화관광형 시장인 봉평장까지 갖추고 있는 보부상들의 마음의 고장이기도 하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에 따라 우리 마을 공동체도 따라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동체는 개념으로서나 실제 모습에서 유연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지리적 제한을 넘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며, 공동의 연대를 모색한다. 현실 공동체(커뮤니티, 마을, 빌리지, 촌락, 마을공동체, 타운)의 분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전통 마을공동체는 전통적 특수성 부각을 통해 집성촌농촌체험마을∙정보화마을∙체험숙박∙농산물판매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신규마을공동체는 귀농귀촌을 받아들이며, 세계적 보편성의 측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카페 등 동호회 차원에서 외지인의 유입으로 인한 공동 페션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귀농귀촌한 외지인들과 기존 공동체와 대립을 거듭했지만, 차츰 융화되기 시작해 '윈윈'하는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비온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그동안 정체되어 기력을 잃고 가던 마을 공동체 전체에 활력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집성촌이나 명문대가를 비롯하여 그 흔한 조선시대 인물도 희소한 곳이 평창군이다. 전통이 살아 있기는 하나, 그 연원이 그리 길지 않은 이 곳에 1970년대 탄광의 붐을 타고 형성된 미탄면 창리, 율치리 등 마을에는 여전히 외부에서 유입된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남아 마을의 구성원이 되어 있다. 평창군의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여느 광산도시들 처럼 토박이, 광부 등 광산개발시 이주해 온 사람 그리고 최근의 귀농 귀촌자들로 구분될 수 있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평창군에서 지속발전가능한 공동체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겨우살이가 힘든 대관령면의 눈꽃축제위원회, 백룡동굴 등 천혜의 자연을 소중히 가꾸고 있는 생태환경공동체로서의 미탄면민주식회사, 교육공동체로 똘똘 뭉친 방림면 계촌클래식축제위원회, 각면단위에서 진행되는 면민체육대회를 운영하는 중간 시민관리조직인 체육회, 이제는 월정사탑돌이로 다시 뭉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을 환수한 환수추진위원회, 우리 동네 자랑스러운 인문학자들인 문화해설사의 플래시몹 모임, 산림수도 평창에서 숲해설사들이 모여있는 대관령유아숲체험원의 자원봉사 모임 등 수많은 마을 공동체와 마을의 경계를 뛰어넘은 공동체가 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들이 있기에 동계올림픽은 '문화올림픽'으로도 성공할 것이며, 자랑스러운 미래유산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을 단풍이 물든 평창군으로 가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올림픽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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