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칼럼] <대우건설과 베이징 켐핀스키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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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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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엽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제주대 로스쿨 겸임교수 
 

[이규엽]



지난주 목요일(10월 13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중국사회과학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중금융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하여 북경에 가서 켐핀스키호텔에 묵었다. 아침식사를 하러가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북부유럽인으로 보여지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고교시절 어설프게 배운 독일어로 아침인사를 건네니 얼굴이 금세 활짝 펴졌다.

이 호텔은 호텔경영 전문회사인 독일계 켐핀스키회사가 경영한다. 그래서 독일인이 많이 이용한다. 과거 독일 총리가 방중하면 중국정부가 권유하는 호텔을 이용하는 대신 이 호텔을 이용하여 중국경찰이 경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이 호텔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전인 1987년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투자하여 25% 지분을 취득한 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 한국 대통령이 방중하면 이 호텔에서 교민들과 교례회를 가졌다.

금융감독원 북경대표처 사무실도 2004년 11월부터 켐핀스키호텔과 통로가 이어진 같은 건물내 임차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호텔 정면에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태극기가 항상 휘날리고 있다. 수교도 하기전에 한국 자금이 어떤 방식과 경로를 통해 중국에 투자했는지가 궁금하여 중국과 한국의 여러 자료를 찾아 보았다. 하지만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은 재무제표 뿐이고 자세한 과정을 알 수가 없었다.

켐핀스키호텔은 1987년 10월 12일 총 자본금 398억 44백만원으로 설립되었다. 대우건설은 99억 61백만원을 투자하여 25%의 지분을 취득하였다. 2015년말 켐핀스키호텔은 총매출액 1,061억 27백만원, 당기순이익 318억 18백만원을 시현하였다. 한국 대우건설은 한 해 79억 55백만원을 주주배당금으로 송금받았다. 2014년에는 총매출액 1,045억 59백만원, 당기순이익 295억 21백만원을 시현하였다. 대우건설은 마찬가지로 주주배당금으로 약 73억원을 송금받았다. 매년 투자원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꼬박꼬박 송금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총자산에 대한 지분의 순자산금액은 수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재직 시 2006년부터 연수, 청원휴직, 주재원 근무 등을 통해 작년 9월까지 대부분 기간을 북경에서 머물렀다. 동 기간 외국계 금융사들이 중국에 투자·운용하여 이익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수 없이 보았다. ING사는 2005년 10월 북경은행에 20억위안(주당 1.9위안, 1,000,484,814주)을 투자한 후 홍콩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3조원의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계 금융사들의 중국 투자 사례는 드문 편이다.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과 같은 직원들을 전 세계에 보내 투자처를 찾았다. 조상들의 야성적인 DNA를 이어받은 호주 메쿼리회사는 2005년 한국에 와서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한다. 2003년 론스타사는 외환은행 지분투자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 최근에는 AIG사가 여의도 IFC에 투자한 후 최소 보유기간인 10년이 지나 임차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외국 금융자본의 이러한 투자차익 실현 행위를 '먹튀'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아직도 중국의 중서부지역 등 세계에는 잠재적인 우량 투자처가 많다. 우리 금융회사는 임금피크제 실시 등 내부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량과 도전정신을 길러 국외 양호한 투자처를 개발하고 투자하여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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