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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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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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창랑지수(滄浪之水)

정의가 통하는 맑은 세상이라면 양심을 지키며 살아도 무난하겠지만, 불의가 만연된 혼탁한 세상이라면 어찌해야 할까요?

장자는 인간세(人間世)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처세하라고 합니다. 물러남은 도피가 아니라 더 넓은 자유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처세철학입니다. 그리고 실천 방법으로 ‘심재(心齋·마음 비움)’와 ‘무용지용(无用之用)’을 제시합니다. 물이 흐리면 그에 맞춰 적당히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공을 세우려 하고, 자신의 장점을 나타내 자랑하면 뜻밖의 우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비정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은 ‘생존’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셈이지요. 쓸모 있게 보이는 나무는 잘려나가지만, 쓸모없게 보이는 나무는 오래 살아남아 천수를 누리는 법입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성어가 있습니다. 험한 세상에서는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그 때가서 드러내야한다는 뜻입니다. 작은 쓰임에 연연하기보다 큰 쓰임을 기다린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생명을 지키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창랑지수라는 말은 "초사"의 '어부'에 나옵니다.

초나라 충신 굴원이 간신의 모함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배를 저어 지나다가 "어찌하여 이 꼴이 되었느냐"면서 까닭을 묻습니다.

굴원이 “나라 관리들 모두가 더럽고 술에 취해 있는데 나 홀로 깨끗했고 또 깨어 있었다네. 그래서 쫓겨나게 된 것이네”라고 했지요. 어부는 오히려 굴원의 처신에 대해 꾸중을 하면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라고 노래로써 화답합니다.

세상사람 모두가 더러우면 함께 흙탕물 튀기면서 사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술 마시며 취하면 함께 술 마시며 살아야,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옌쩐(閻眞)이 쓴 창량지수라는 중국 소설이 있습니다. 건전한 정신을 지녔던 주인공은 고상하게 살아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조직적인 부패사슬이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있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당하고 좌절합니다. 끝내는 혼탁한 세상에 발을 담그고, 세속인으로서 살아간다는 아픈 이야기입니다.

공자는 '(창량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 것이다. 이는 (물이) 자초하는 일(孔子曰: 淸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이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물에 갓끈이 들어올지 아니면 발이 들어올지는, 물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양심을 지키며 살아야할지 기회주의자로써 살아야 할지는, 세상이 만들고, 사람은 이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어낸다는 말입니다. 요즈음 일각에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자는 말이 나오고 있답니다. 세상을 달리한 항일 투쟁가들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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